통신 대장주 KT와 플랫폼 대장주 카카오가 정부가 주관하는 소버린 AI 국가대표 경쟁에서 나란히 탈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일 발표한 ‘K-AI 정예팀’ 최종 명단에서 SK텔레콤과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NC AI·LG AI연구원 등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AI 생태계에 대변화가 발생할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 / 챗GPT
. / 챗GPT

과기정통부는 이날 ‘K-AI(국가대표 AI) 정예팀’으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반면 KT, 카카오,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카이스트 등은 경쟁에서 밀려났다.

선정된 5개 정예팀은 데이터, GPU, 인재 등 총 210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들 역시 2027년까지 반년마다 1개 팀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경쟁을 거쳐 최종 2개 팀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는 글로벌 AI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경쟁을 통한 기술력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KT 탈락에 주목한다. 통신사 중에는 KT만 유일하게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되서다. SK텔레콤은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라이너, 셀렉트스타, 서울대, 카이스트 등과 전략적 컨소시엄을 구성해 생존했으며 LG유플러스는 LG AI 연구원 컨소시엄에 참여해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업계에서는 KT의 B2C 서비스 역량 부족이 결정적 약점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고 봤다. 앞서 KT는 솔트룩스, 크라우드웍스, 매스프레소 등 18개 기관과 메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공공부문 AI 실적도 다수 확보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여기에 145억원 규모 재판업무 AI 플랫폼, 31억원 규모 경기도 생성형 AI 플랫폼 등 실사례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믿음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기술력을 강조했다. 다만 KT는 '믿:음1.0'과 '믿:음2.0'을 개발했지만 이를 활용한 대국민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별도로 출시하지 않았다.

카카오의 탈락도 업계 예상을 벗어난 결과다. 카카오는 국내 최대 플랫폼 사업자로서 AI 기술 투자 규모와 생태계 영향력을 자신했지만, 정부가 가장 중시한 ‘독자 기술력 입증’에서 경쟁팀에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카카오는 컨소시엄 구성과 전략을 끝까지 비공개하는 '비밀병기' 전략을 구사했지만, 다른 팀들이 차별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과 비교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평가에서 기술력 및 개발 경험(40점), 산업 적용과 파급효과(30점)를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기술력만큼이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 모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GPU 지원에서는 업스테이지, NC AI, LG AI연구원이 엔비디아 B200·H100급 GPU를 지원받게 된다. SK텔레콤과 네이버클라우드는 GPU 공급사로 참여해 올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내년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5개 팀에게 ‘K-AI 모델’, ‘K-AI 기업’이라는 명칭을 부여해 상징성을 부여할 방침이다.

정부는 8월 초 협약 체결 후 12월 말 1차 단계평가를 통해 1개 팀을 탈락시키고, 이후 6개월마다 1개 팀씩 줄여 2027년 최종 2개 팀을 남길 계획이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대표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단계적 탈락 방식이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인터넷진흥과장은 “탈락한 팀들도 특화모델 개발 등 별도 사업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소버린 AI 생태계 확장을 위해 다층적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