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대표 최수연)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받는 첫 성적표다. 네이버는 3월 AI 쇼핑앱을 출시하며 AI 기반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고, 정부의 주요 AI 지원사업 3종에 모두 선정되며 정책 지원까지 확보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 홍주연 기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 홍주연 기자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2분기 예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8% 증가한 2조904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1.66% 증가한 5278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영업이익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번 실적은 네이버 전 사업부문 성장의 결과다. 특히 3월 출시한 AI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며 쇼핑 매출이 크게 늘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며 구독형 매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기반 맞춤형 추천, 개인화 큐레이션 기능이 쇼핑과 콘텐츠 소비를 모두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가 관심 있는 주제를 요약해 제공하는 ‘AI 브리핑’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며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렸다. 광고 부문도 AI 기반 타겟팅 고도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

이해진 의장의 복귀 이후 네이버는 AI 생태계 전략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사업, GPU 확보·임차 지원사업, 데이터-모델-응용 전주기 AI 지원사업 등 핵심 AI 프로젝트 3종에 모두 선정된 유일한 기업이다. 정부의 ‘국가대표 인공지능(K-AI)’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한 셈이다.

네이버가 개발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오픈소스 형태로 무료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와 연산 인프라를 보유한 네이버가 플랫폼을 통해 AI 생태계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오픈소스 공개 이후에도 API 활용, 데이터 접근 권한 등을 통해 네이버가 시장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의 정책 주도력은 인재 네트워크에서도 드러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핵심 AI 인사가 정부 고위직에 대거 진출했다. 네이버 출신 인사가 정부 AI 정책을 설계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K-AI 정예팀에는 네이버 외에도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이 포함됐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GPU 확보·임차 지원사업까지 모두 참여하는 기업은 네이버뿐이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네이버가 AI 생태계 전반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AI 산업은 데이터와 연산 인프라를 동시에 확보한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다”며 “국가 AI 전략도 결국 이러한 기업을 축으로 움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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