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으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리플(XRP)이 내부 악재까지 겹치며 큰 하락을 보였다. 제도권 편입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온체인 활용 부진, 대형 투자자 집중매도, 법적 불확실성 등의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며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되는 모습이다.
4일 코인마켓캡 기준 리플(XRP)은 최근 7일간 10% 가까이 하락한 4146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4%대의 깜짝 반등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난주 기록했던 고점 4994원과 비교 고점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주 한 때 3884원까지 밀리며 20%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역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협상 시한 압박' 발언 이후 하락 흐름을 보였지만, 리플이 상대적으로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이러한 가격 움직임에 시장에서는 리플의 사업성에 회의론이 다시 부상하는 모습이다. 리플은 수년간 300개 이상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기반으로 빠르고 저렴한 송금을 강조해왔지만, 실제로는 많은 기관들이 리플이 강조해 온 온체인 결제 대신 내부망이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기반 오프체인 결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 한계 때문이다.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관들이 온체인 결제를 꺼리는 이유는 탈중앙화 결제 시스템의 규제 준수 문제 때문”이라며 “기업 결제 방식의 완전한 탈중앙화가 힘든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리플 공동창업자인 크리스 라슨의 대규모 매도도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온체인 분석업체 웨일얼럿에 따르면 라슨은 지난달 약 2770억원 규모의 리플을 분할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리플에 대한 내부자의 신뢰 저하로 해석되며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플에 대한 장기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리플은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발표한 미국 비상장 유니콘 기업 순위에서 23위(기업가치 20조 7795억원)에 오르며 기술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미국 농업기술기업 네이처스미라클홀딩스는 약 277억원 상당의 리플을 기업 금고에 편입하는 등 기업들의 리플 보유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리플을 둘러싼 정책 환경 역시 일부 우호적인 신호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규제 명확성과 산업 육성을 병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리플이 출시한 스테이블코인 RLUSD는 해당 법안을 준수하는 첫 사례로 언급됐다. 이 법안 시행 이후 리플은 미국 연방 금융기관인 앵커리지 디지털과 협력해 RLUSD를 기반으로 한 결제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 역시 8월 중순을 기점으로 종결 여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SEC가 항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추가 연기 가능성은 있지만, 판결 취지상 기각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이 경우 불확실성 해소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쟁글 리서치센터는 "지니어스 법안은 준비금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수립하며, 감사 의무와 라이선스 발행 요건을 포함해 리플의 RLUSD 스테이블코인 전략에 직접적인 수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향후 XRP 가격의 추가 상승 여부는 SEC와 리플 간의 소송이 조만간 종료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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