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이경근 한화생명 신임 대표이사가 AI 경쟁력 제고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 패러다임 전환과 혁신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새로운 투톱체제로 기존 보험업을 넘어 ‘라이프솔루션 파트너’로 자리잡겠다는 복안이다.
5일 한화생명 이사회는 권혁웅 부회장과 이경근 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두 대표는 공동명의 ‘CEO 레터’를 통해 “보험을 넘어 고객 생애 전반에 걸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라이프솔루션 파트너’ 전략을 제시했다.
권혁웅 부회장은 한화그룹 내 대표적인 기술·기획형 CEO로 평가받는다.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40여 년간 한화에너지,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오션 등을 거쳤다.
이경근 사장은 정통 보험영업 전문가다. 한화생명 기획실장과 보험부문장,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를 거치며 조직 이해도와 현장 감각을 겸비했다. 지난 2년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실적 개선을 이끌어 온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이 'AI 전략가'와 '보험영업통'이 공동대표 체제를 구성하게 되면서, 향후 상품·서비스 혁신과 현장 기반 영업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두 대표는 초개인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AI 기술력 확보와 디지털 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권혁웅 대표는 “AI 기술이 가속화되는 시대에는 고객의 삶 전반을 분석해 고도화된 맞춤형 보장을 제안하는 것이 보험업의 본질적 진화”라고 말했다.
이경근 대표도 “기술 기반의 혁신 없이는 더 이상 고객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AI 기반 고객 경험 혁신을 사업 전반에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글로벌 톱 티어와의 전략적 제휴 확대, 내부 디지털 역량 고도화, 데이터 기반 고객 분석체계 확립 등을 통해 기존 보험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두 대표는 “한화생명이 고객의 삶에서 스쳐가는 ‘점’이 아니라, 중요한 순간을 연결하는 ‘선’, 인생의 여정을 채우는 ‘면’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경영진의 소통 행보도 주목된다. 두 대표는 취임 직후 서울 여의도 본사 30여 개층, 전 부서를 돌며 1800여명의 임직원과 직접 악수를 나눴다. 단순 인사차원을 넘어, 조직 내 신뢰 회복과 소통 강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는 해석이다.
권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혁신은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가진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소통에서 시작된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화생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한화생명은 투톱체제를 통해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중 처음으로 미국 증권시장과 인도네시아 은행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경근 대표는 CEO 레터에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의 종합금융 체계 고도화, 미주지역 증권업 진출 성과를 기반으로 주요 해외 거점지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해외 사업 수익 다변화는 물론, 새로운 성장 기반 확보에도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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