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자산운용사 8곳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상반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ETF 등 펀드 판매 운용보수 수익으로만 약 6000억원 벌어들이는 등 주식시장 호황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ETF 순자산총액 상위 8개 자산운용사의 상반기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총 374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837억원 대비 31.9%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이들의 합계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긴 것은 2021년(3452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자산운용사 전체 영업이익(1조1010억원)에서 이들 8곳이 차지하는 비중도 34.1%에 달했다.
회사별로 보면 KB자산운용의 영업이익이 가장 컸다. 상반기 KB자산운용은 전년동기(431억원) 대비 129.1% 증가한 988억원을 올렸다. 규모와 증가율 모두 1위였다. 자산운용사 전체 501곳 중에서도 선두였다.
KDB생명타워 매각하면서 받은 성과보수 등 일회성 이익을 포함한 금액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대체부문 성과보수 등을 포함해 수수료수익이 증가하고 수탁고·NAV(순자산가치) 상승에 따라 보수가 늘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전년동기 대비 0.8% 늘어난 884억원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3위 삼성자산운용의 영업이익은 5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5% 늘어났다.
그다음 한국투자신탁운용 325억원(전년동기 대비 증감률 65.9%), 한화자산운용 281억원(-0.2%), 신한자산운용 258억원(24.1%), 키움투자자산운용 217억원(45.1%), NH아문디자산운용 204억원(11.6%) 등의 순이었다. 한화자산운용을 제외하면 모두 플러스(+) 성장이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펀드 주력 상품으로 떠오른 ETF 시장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자산운용사는 영업수익의 60% 이상을 ETF 등 펀드를 운용해 받는 수수료로 채우는데 상반기 ETF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관련 수익이 급증했다.
실제로 ETF 전체 설정원본(투자자가 펀드에 납입한 금액)은 작년 말 144조8619억원에서 6월 말 175조8112억원으로 30조원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설정원본 증가액 20조7846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과열경쟁을 우려할 법도 하지만 아직 총보수율은 그대로다. 6월 말 ETF 전체 총보수율은 평균 0.31%로 작년 6월 말 0.31%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총보수율 0.01% 미만 상품이 13개에서 24개로 11개 늘었으나 그만큼 해외 테마형 ETF 등 보수율이 높은 상품이 나오면서 평균치를 상쇄했다.
이렇다 보니 실제 손에 잡히는 돈이 늘었다. ETF 등 펀드 운용수익을 뜻하는 투자신탁위탁자보수는 상반기 8개사 모두 합쳐 597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5083억원 대비 17.6% 늘어났다.
KB자산운용의 투자신탁위탁자보수 수익이 607억원에서 1058억원으로 74.4% 늘어나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관련 수익을 409억원에서 537억원으로 31.4% 늘리며 뒤를 이었다.
그다음 삼성자산운용(투자신탁위탁자보수 1212억원)이 18.6%, 신한자산운용(553억원) 11.2%, 미래에셋자산운용(1574억원) 8.1%, 키움투자자산운용(298억원) 7.4%, NH아문디자산운용(307억원) 7.4%, 한화자산운용(440억원) -16.9% 수준이었다.
하반기에도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ETF 수요가 주식에 버금갈 정도로 커졌다. 19일까지 8월 ETF 거래대금은 62조5590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128조297억원)의 48.9%를 차지했다. 1~6월 38.3% 대비 10%포인트 높은 수치다. ETF 순자산도 6월 말 210조원에서 19일 현재 227조원으로 두 달도 안 돼서 약 17조원 불어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 시장은 거의 정체된 상태이고 ETF만 유일하게 성장 중인 영역”이라며 “이러한 추세는 하반기에도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ETF에서 강세를 보이는 자산운용사들의 실적이 더 좋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 사망사고 발생은 괜찮나… 중대재해 기업까지 품은 ESG ETF
- 자산운용사 1분기 순익 전년比 16% 감소… 절반 이상 적자
- 테마형 ETF로 ‘틈새 공략’ 나선 중위권 운용사… 미래·삼성 아성 도전
- ETF 200조 돌파 축포 이면… 올 신규 종목 5개 중 1개만 국내주식
-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한국 증시에 베팅…새 정부 주주친화 정책 기대감 반영
- 조·방·원 열풍에 ‘붕어빵 ETF’ 속출… 운용업계 '공공의적'된 삼성·미래
- 글로벌 전략 통했나… 미래에셋그룹, 고객자산 1000兆 돌파
- 삼성운용 견제?… 미래에셋 “커버드콜 ETF 분배율 7%가 적절”
- ‘킬러 상품’ 통했다… 미래에셋운용, 운용자산 450조원 돌파
- 미래에셋자산운용, 美 S&P500 ETF 순자산 10조원 돌파
- ETF 파죽지세에 존재감 잃은 공모펀드… ‘직상장’ 돌파구, 글쎄?
- “연금 적립기, S&P500 75%, 美배당주 25% 전략 유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