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전쟁 이슈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지난 한 달, 재계 그룹 시가총액 순위도 요동쳤다. 2차전지 반등세를 앞세운 LG그룹이 현대차그룹을 누르고 3위 자리를 되찾았고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등을 주도한 한화그룹은 ‘조선 라이벌’ HD현대그룹에 바짝 따라붙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LG그룹 시총은 163조2937억원(보통주 기준)으로 6월말(136조1320억원) 대비 20.1% 늘어 재계 3위에 올랐다. 3월 초 이후 5개월 만이다. 그간 3위 자리를 지켰던 현대차그룹(6일 시총 162조6964억원)은 2.9% 증가하는 데 그치며 4위로 밀려났다.
5위 경쟁도 치열하다. 6월 말까지만 해도 HD현대그룹 시총이 116조631억원으로 6위 한화그룹(98조7160억원)보다 20조원 앞서며 독보적인 5위를 유지했으나 한화가 상승세에 올라타면서 전날 격차가 2조2635억원까지 좁혀졌다. 5일엔 한화 119조9600억원, HD현대 119조9557억원으로 한화가 시총 5위를 잠깐 앞서기도 했다.
시총 순위는 6일 기준 ▲삼성 636조6117억원 ▲SK 277조4956억원 ▲LG 163조2937억원 ▲현대차 162조6964억원 ▲HD현대 120조1256억원 ▲한화 117조8785억원 ▲두산 64조651억원 ▲카카오 52조7291억원 ▲포스코 48조8248억원 ▲셀트리온 43조5648억원 순이었다. 증감률(6월 말 대비)로는 LG 20.1%, 한화 19.5%, 셀트리온 15.7%, 포스코 11.1%, 삼성 11.1%, HD현대 3.6%, 현대차 2.9%, 두산 –3.8%, SK –10.5%, 카카오 –9.3% 순으로 높았다.
LG그룹의 약진은 그룹 시총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의 주가가 급등한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전망치를 뛰어넘는 영업이익(4922억원)을 올린 데 이어 6조원 규모의 테슬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수주하면서 주가가 6월 말 대비 29.3% 상승했다. LG화학도 2분기 흑자 전환 및 석유화학 구조조정 기대 등에 힘입어 같은 기간 42.3% 올랐다. 실적 개선에 성공한 LG디스플레이 역시 22.2% 오르며 시총에 힘을 보탰다.
한화그룹은 조선·방산 계열사 2곳에 힘입어 폭풍 질주했다. 한화오션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핵심축인 마스가의 주도 기업으로 평가되며 6월 말 이후 43.8% 상승했다. 국내 조선업체로서는 미국 현지 조선소를 유일하게 보유했다. HD한국조선해양(-4.4%), 삼성중공업(17.0%) 등 다른 조선주보다 주가 등락률이 높았다. 글로벌 방산 시장 확대,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 등 호재를 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같은 기간 10.4% 치솟으며 그룹 시총에 일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한미 관세 협상 여파로 주춤했다. 그간 무관세 수출로 호황을 누렸던 현대차와 등 자동차 계열사가 한미 협상에 따라 관세율이 오르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그룹 시총 비중은 약 70%다. 6월 말 대비 현대차는 3.4%, 기아는 5.1% 오르는 데 그쳤고 현대모비스는 0.4% 내리며 시총 순위 하락을 지켜봐야 했다.
LG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3위 경쟁은 당분간 LG그룹이 유리할거란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ESS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반면 현대차는 관세율 부담이 클 수 있어서다. 한화그룹도 미국의 중국 견제, 유럽의 국방비 증액 등 효과로 추가 상승을 기대해도 좋다는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2026년부터 미국이 대(對)중 ESS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점유율을 뺏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현대차·기아는 관세율이 15% 수준으로 결정돼 가격이 상승할 경우 판매량 부진 우려가 커 추가 할인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한화그룹에서 비중이 큰 조선·방산 섹터는 미국의 중국 견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방비 증액 등 글로벌 정세 수혜를 받고 있고 관세 우려도 덜해 추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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