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주식시장 상승 랠리 주도주로 떠오르면서 증권사간 시총 경쟁도 불이 붙었다. 이와중에 업계 1·2위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간 신경전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급기야 서로를 향해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를 발표하기까지 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 미래에셋증권은 7일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 각 사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 미래에셋증권은 7일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 각 사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전날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한 달 만에 하향 조정했다. 2분기 순이익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25%나 웃도는 호실적이 기대됨에도 불구, 최근 주가 상승 폭이 커 더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속 가능 ROE(자기자본이익률)를 9.1%에서 9.3%로 상향했으나 현재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92배인 상황”이라면서 “자본비용을 자사주 소각 관련 정책 기대감을 반영한 11%대로 적용해도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상대 증권사 투자의견을 하향한 건, 미래에셋증권이 먼저였다. 미래에셋은 지난 7일 한국투자증권의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주주환원 계획 없이는 추가 상승 난망”이라고 평가하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밸류업 공시에서 주주환원 관련 수치 등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걸 지적한 것이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그간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 속에서도 성장을 중점 목표로 제시하며 환원에 대한 언급을 꺼려온 바 있으므로 타사와 동일한 정도의 저평가 해소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지금은 해당 리포트에서 삭제되긴 했으나 수정 전 리포트에서는 ‘상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두 증권사가 서로를 향해 하향 리포트를 낸 것에 대해 이례적인 일로 본다.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날 키움증권에 대해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미래에셋증권도 7일 NH투자증권·삼성증권에 대해선 모두 매수 의견이었다.

실제 두 증권사에 대한 다른 증권사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메리츠증권은 증권 최선호주로 한국금융지주를 꼽았고 NH투자증권의 탑픽(최선호주)은 미래에셋증권이었다. 주가 상승폭으로 보면 증권주가 대동소이하지만 유독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이 서로에게만 야박한 점수를 준 것이다. 

대형 증권사 시가총액 순위 변화 추이. / 윤승준 기자
대형 증권사 시가총액 순위 변화 추이. / 윤승준 기자

작년 연말까지는 시총 빅5 대형증권사 모두 3~4조원대의 시총을 유지하며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던 것이 올해 초 주가 급등과 함께 벌어지기 시작했다. 9일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시총은 12조6325억원으로 증권사 전체 1위이고 한국금융지주는 8조4592억원으로 그다음이다. 지난해 말 7268억원이었던 시총 격차가 연초 이후 2조원 넘게 벌어지자 한국금융지주가 5월 말 밸류업 공시를 내놓기도 했다. 

증권사 시총 경쟁은 두 업체만의 일은 아니다. 증권주가 증시 주도주로 떠오르면서 시총 순위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3월 말 ‘미래에셋-NH-한국금융-삼성-키움’이었던 증권사 시총 순위는 4월 들어 한국금융과 삼성이 3, 4위 자리바꿈을 했고, 5월엔 다시 한국금융이 NH투자증권을 제치고 2위가 됐다. 현재는 ‘미래-한국금융-NH-삼성-키움’ 순이다. 2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다만 증권사 주가가 연초 이후 급등하면서 하반기에도 시총 증가세를 이어갈지는 의문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부쩍 커진데 따른 것이다. 상법 개정 등 정책 기대감이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에 따라 회사별로 주가 향방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주가가) 비싸다고 얘기가 나오는 것은 수익성 대비해서 주가가 높다는 말”이라며 “ROE가 높아야 주가가 비싸도 안심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ROE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주가가 상승하려면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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