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올 상반기 트레이딩과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부문 호실적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운 순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이자 반기·분기 모두 사상 최대치다. 미국 등 해외법인도 2개 분기 연속 1000억원 넘는 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이 7일 발표한 ‘2025 2Q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6641억원으로 전년동기 3684억원 대비 80.3% 증가했다. 실적 발표 직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예상한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 5246억원을 26% 이상 웃도는 규모다.
역대 최대치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 상반기 6532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뒤 2022년 4607억원, 2023년 3791억원, 2024년 3717억원 3년 연속 상반기 순이익이 줄어들었으나 올 상반기 다시 부활했다. 분기별로도 2분기 순이익 4059억원을 올려 1년 전(1997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역시 2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부문별로 보면 트레이딩이 ‘효자’였다. 트레이딩의 순영업수익은 8019억원으로 전년동기 5901억원 대비 35.9% 늘어났다. 운용손익에서 5963억원, 분배·배당금 수익에서 2055억원을 올렸다.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목적자산으로는 1263억원의 손익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목적자산은 혁신기업 투자 포지션 평가이익이 반영되며 약 1300억원의 순손익을 기록했고 미국과 중국의 혁신기업에 투자한 자산의 공정가치 상승분이 크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브로커리지 역할도 컸다. 상반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순영업수익은 3509억원에서 4150억원으로 18.3% 증가했다. 국내주식에서 2173억원을, 해외주식에서 1977억원의 수수료 순영업수익올렸는데 이 중 해외주식 부문의 증가율은 65.7%(전년동기 대비)에 달했다. 해외주식 예탁잔고도 지난해 2분기 30조9000억원에서 올 2분기 39조6000억원으로 28.2% 불어났다.
WM 수수료 부문에선 순영업수익으로 상반기 1541억원을 벌었다. 1년 전 1404억원과 비교해 9.8% 늘어난 규모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해외 고객자산 약 533조원, 연금자산 47조3000억원으로 최고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며 “특히 퇴직연금 잔고는 32조1000억원으로 상반기 약 3조원 증가해 총 42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적립금 증가 1위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다만 기업금융(IB) 부문은 기대에 못 미쳤다. 상반기 총 10건의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을 통해 리그테이블 1위에 올랐으나 상반기 IB 수수료 순영업수익은 839억원으로 전년동기 882억원 대비 4.9% 감소했다. 인수주선(423억원) 수수료 수익이 74.1% 늘었음에도 PF/자문(187억원)과 채무보증(134억원) 수수료 수익은 1년 전보다 각각 25.2%, 30.2% 감소했다.
해외법인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500억원대에 불과했던 해외법인 분기 세전이익은 올 1분기 1181억원, 2분기 1061억원 2개 분기 연속 1000억원을 넘겼다. 지역별로 상반기에 미국·홍콩·런던·싱가포르 등 선진지역에서 1537억원,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브라질·몽골 등 이머징지역에선 705억원의 세전이익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전체 세전이익 중 26%가 해외에서 창출된 만큼 글로벌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국, 홍콩,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의 비즈니스가 주요 실적을 견인했고 인도 미래에셋쉐어칸은 브로커리지 중심 비즈니스에서 WM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현지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지표도 개선됐다. 작년 2분기 6.4%였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올 2분기 10.9%로 4%포인트 이상 올라갔고 지배주주자기자본도 같은 기간 11조4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주당순이익(EPS)은 1208원에서 3014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한편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어닝스콜(실적 설명회)에서 하반기 추진 계획도 발표했다.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올인원(All-in-one)’ 서비스를 구현하고 파격적인 스톡옵션 보상체계를 마련해 디지털자산, 인공지능(AI), IT 역량을 갖춘 우수 테크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또 데이터 기반 디지털 자산관리와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결합한 전담 조직 ‘WM Studio’를 출범해 50명 수준인 디지털PB 인력을 대폭 늘린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부문에서도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자산관리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서 WM 비즈니스를 적극 추진하고 미국, 중국, 인도와 같은 고성장 시장의 기술혁신 기업 투자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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