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에도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요지부동이다. 증권사들은 기준금리 하락분만큼 가산금리를 높이며 최종금리를 고정하고 있다. 투자자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는 셈이다. 반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 투자상품 이자율에 대해서는 재빨리 인하했다. 소비자를 외면한 채 이자수익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6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KB)는 최근 공지사항을 통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전월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  각 사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6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KB)는 최근 공지사항을 통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전월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  각 사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6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KB)는 최근 공지사항을 통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전월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KB증권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전월 대비 변동 없다고 안내했다. 기준금리가 연 2.94%에서 2.84%로 0.1%포인트 내려갔으나 가산금리를 연 6.36%에서 6.46%로 0.1%포인트 올리며 전월과 같은 연 9.30%(30일 초과 기준)로 유지했다.

삼성증권도 같은 날 현 이자율 연 9.6%(90일 초과 기준)을 유지한다고 안내했다. 금리를 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기준금리로 삼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수익률의 3개월 평균값이 2.78%(2~4월)에서 2.7%(3~5월)로 0.08%포인트 내려간 것을 보면 가산금리를 높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달 28일 연 9.5%(91일 초과 기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유지한다고 공지했는데 기준금리를 2.94%에서 2.84%로 내리고 가산금리를 6.56%에서 6.66%로 상향했다. NH투자증권(연 9.6%, 9.5%)은 신용거래융자 기준금리를 0.13%포인트, 메리츠증권(연 9.45%, 7.4%), 한국투자증권(연 9.3%)은 기준금리를 0.1%포인트 내린만큼 가산금리를 높이며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주식 매수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로 직전 3개월 CD 91일물 금리 평균값을 기준금리로 삼고 여기에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한다. 

다만 가산금리 산정 내역은 자세히 알 수 없다.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설명서를 통해 “리스크 프리미엄, 유동성 프리미엄, 신용 프리미엄, 자본 비용, 업무 원가 등 제반 비용, 목표 이익률, 가감조정 전결금리 등을 감안해 회사가 기준금리에 가산하는 금리를 자율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할 뿐 가산금리를 왜 기준금리 하락분만큼 올렸는지에 대한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주요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현황. / 윤승준 기자
주요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현황. / 윤승준 기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 등의 금리는 전략적 금리라서 거의 미리 정해져 있고 거기서 빼고 더하는 식”이라며 “증권사들이 주식 수수료 무료 등에 나서면서 리테일 부문에서 수수료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신용거래융자 정도인데 증권사들이 가산금리 산정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전략적 금리로써 영업기밀에 해당한 영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 직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 투자상품 이자율을 곧바로 내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30일 랩(Wrap)형 및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상품 이자율을 종전 대비 0.25%포인트 내렸다. CMA란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받은 예탁금으로 국공채, CD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지급하는 초단기 예금상품이다. 

다른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머니마켓펀드(MMF)형 CMA 금리를 연 2.62%에서 2.37% 0.25%포인트 내려 잡았다. KB증권도 CMA 발행어음(연 2.35%→2.10%) 등 CMA 상품 5개의 이자율을 0.25%포인트 각각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 역시 CMA-MMW 금리를 연 2.62%에서 2.37%로, 메리츠증권은 CMA-MMW 금리를 연 2.57%에서 2.32%로, 한국투자증권은 MMW형 CMA 금리를 연 2.62%에서 2.37%로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돈을 맡겨 놓는 투자자예탁금의 이용료율을 내리기도 했다. KB증권은 지난달 30일 원화 고객예탁금이용료율을 연 1.05%(외화 0.72%)에서 1.00%(0.50%)로 0.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30일부터 적용된다. 미래에셋증권도 30일부터 랩어카운트 원화 예탁금이용료율을 연 2.35%에서 2.10%로 0.25%포인트 내린다고 공지했다.        

신용거래융자와 CMA, 투자자예탁금 간 이자율 엇박자를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 산정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기준금리(CD 수익률 등 조달금리)가 내려갔음에도 어떤 이유로 가산금리를 올렸는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고 높은 이자율을 책정하는 것은 우월적 지위에서 취하는 부당한 영업행위”라며 “증권사들은 가산금리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한테 (가산금리 인상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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