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적 주권 강화를 위해 지역화폐에 스테이블코인·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기능을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역민뿐 아니라 외국인에게 지역화폐 토큰을 지급하면 케이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원화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7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Korea Initiative: 디지털 G2를 향한 첫 걸음’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Stablecoin(스테이블코인), CBDC, 지역화폐 연계를 위한 과제’를 발표했다.
이종섭 교수는 “지역화폐를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구현하게 되면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화폐로 다시 태어나면서 스테이블코인과 CBDC, 확장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우리나라 디지털 원화 생태계와 맞물려 또 다른 수요를 글로벌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역화폐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관광객, 디지털 노마드, 재외동포 등 글로벌 이해관계자를 포괄하는 수단으로 재구성하자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신원을 기반으로 월렛을 등록한 사용자에게 기초소득, 관광보조금 등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형태의 토큰을 지급하고 스마트계약 기반으로 지역 내 특정 가맹점에서 사용하도록 조건을 설정하는 것이다. 가맹점이 받은 토큰은 일정 시간 후 자동 현금화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한국에 관심이 있는 글로벌 참여자가 지역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구현된 지역화폐로) 경제 활동을 하는 순간, 거래 내역은 지갑에 남게 되고 다시 방문했을 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프로그램화한다면 지역과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를 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지역화폐를 그런 식으로 ‘글로벌 라이징’ 한다면 그 지역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해서 이해관계자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핵심 구현 전략으로 블록체인 지역화폐와 K-문화상품 결합이 필요하다고 봤다. 케이팝 공연, 드라마 촬영지, 국제영화제 등과 연계하면서 중장기 인센티브 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 사용자 등 대상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
그는 “블록체인에서 어떠한 지갑 주소가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취합하면 이해관계자의 유형을 분류해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며 “새로운 정보가 창출되고 창출된 정보를 통해서 또 다른 새로운 수요에 대한 아이디어가 새롭게 루핑되는 동적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큰 틀에서 데이터 대한민국으로 가는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클러스터 등 혁신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해 외국 고급 인력을 끌어들이는 데 쓰일 수 있다고도 짚었다. 이 교수는 “외국 연구진이 많은 지역에 새로운 의료 시설이나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가 맞물리면 글로벌 이해관계자, 특히 고급 인력 위주로 (지역화폐를) 확산시킬 수 있고 최소 4~5년 우리와 연구 활동을 해 글로벌 연구 허브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 신원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체계를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다 보니 스테이블코인·CBDC 특정 지역의 모델을 기준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운용하는 게 방법이고 블록체인 특구가 이미 하고 있는 인프라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비용 효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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