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하자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인공지능(AI) 기반 대응에 나섰다. 민관이 협력해 보이스피싱 차단 기술을 고도화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KT 광화문 사옥에서 ‘보이스피싱 대응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과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유관 기관 관계자가 참석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1만2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피해액은 6400억원으로 98% 급증했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전 단계에 걸쳐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범죄 수단 확보부터 피해자 기망, 금전 탈취 시도까지 통신망 기반 예방책을 마련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공익 목적 AI 개발에 필요한 통화 내용과 음성 데이터 활용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해석과 개정 작업을 추진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보유 중인 범죄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민간 기술 개발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통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KT는 지난달 30일 ‘실시간 통화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지정됐으며, 국과수의 실제 통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탐지 정확도를 높였다. KT는 올해 탐지율 95% 이상, 피해 예방액 2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SK텔레콤은 2021년부터 보이스피싱 신고 번호에 대해 수·발신을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향후 AI 기반 딥보이스 탐지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익시오(ixi-O)’ 앱에서 보이스피싱 실시간 경고 기능을 제공 중이다. 6월부터는 전국 1800개 매장을 ‘보안 전문 매장’으로 전환해 스미싱·악성앱 감염 의심 고객에게 맞춤형 상담과 보안 조치를 지원한다.
배경훈 장관은 “AI 시대 보이스피싱은 더 정교해지고 있고,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AI를 활용한 민관 협력이 보이스피싱을 근절하는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 공유와 활용 기반 마련이 핵심이다”라며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와 협력해 관련 규제와 장애물을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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