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유통점 추가지원금과 관련해 위약금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정부가 소비자 부담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통신사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는 가운데 제도 공백 속에서 대리점·판매점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 단체는 위약금 신설에 반대하고 나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대표 유영상), KT(대표 김영섭), LG유플러스(대표 홍범식) 등 통신3사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추가지원금 위약금을 신설해 달라는 취지의 이용약관 개정안을 신고했다.
추가지원금은 유통점이 고객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유통점들이 통신사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를 고객에게 일부 나눠주는 셈으로 통신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공시지원금'과는 별도다.
개정안에는 고객이 처음 통신사 가입 후 6개월 내 약정 해지 시 추가지원금 전액을 유통점에 위약금으로 물어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처음 약정한 요금제보다 낮은 요금제로 갈아탈 경우에도 요금 차액에 비례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유통점에 줘야 한다.
추가지원금은 단통법 당시에도 존재해 왔으나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7월 22일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유통점의 마케팅 수단이 됐다. 신형 스마트폰의 출시와 SK텔레콤 해킹사태 등 다양한 이슈가 맞물리면서 통신사 간 경쟁이 심화되자 유통점들이 추가지원금을 늘려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다.
통신사들은 고객이 처음 맺은 약정을 어기고 6개월 이전에 더 싼 요금제로 바꾸면 그 피해가 통신사에 돌아온다며 위약금과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현행 공시지원금의 경우 고객이 약정 기간 내 요금제 하향 시 위약금을 직접 내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휴대폰 약정계약은 12개월, 24개월 단위로 이뤄지며 통상 6개월 간 최초 요금제를 써야 하는 구조다.
과기정통부는 위약금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해당 약관을 승인하지 않았다. 애초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 간 경쟁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약금 신설은 고객들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추가지원금 위약금 약정을 신고했으나 이들의 주장대로만 정책을 만들 수는 없다"며 "최대한 이용자 편의 관점에서 정책을 꾸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추가지원금을 앞세워 경쟁하려던 유통점은 혼란스러워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가지원금 위약금을 어떻게 할지 대리점과 판매점 모두 고민이다"며 "만약 위약금이 발생하면 대리점이 직접 책임져야 할지 아니면 판매점에 책임을 물어야 할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단통법 폐지 이후 추가지원금 위약금이 정착되지 않으면서 혼란스럽다"며 "통신사들의 지침도 다 다르다"고 했다.
소비자단체는 추가지원금 위약금 신설에 반대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추가지원금 신설로 통신사들이 휴대폰을 개통하러 오는 고객에게 고가 요금제를 부추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통신사 간 경쟁 활성화가 목적인 단통법 폐지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한석현 서울 YMCA 시민중계실장은 "통신사 입장은 있겠으나 위약금 신설과 같은 이야기는 단통법 폐지 이전에 정부 차원에서 나왔어야 한다"며 "단통법이 없어진 이제 와서 통신사 주도로 위약금을 만들겠다고 하면 이를 이해할 소비자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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