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한 오픈랜(Open-RAN) 장비 실증사업에서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독일과 일본 등 해외에서 수출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기지국(AI-RAN)’ 등 차세대 네트워크 유망 분야까지 실증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오픈랜은 이동통신 장비(RAN)를 개방형 표준 기반으로 설계해 다양한 제조사 제품 간 연동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이동통신망 핵심 장비 시장은 그동안 글로벌 제조사가 과점해오다가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오픈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 6세대(6G) 이동통신에서는 오픈랜 구조에 AI 기술을 결합한 AI-RAN이 핵심 인프라로 부상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의 오픈랜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망 오픈랜 실증단지 조성사업을 통해 국내 중견·중소기업(쏠리드·삼지전자)은 2024년과 2025년 독일·일본 등 해외에 오픈랜 장비(O-RU)를 수출했다.
2025년에는 기존 5G 상용망뿐 아니라 5G 특화망, AI-RAN 등 미래 유망 분야까지 실증사업을 확대한다. 교통의 중심인 서울역과 김포공항에 5G 특화망 오픈랜 및 AI-RAN 실증망을 구축해 AI 시대 필수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검증한다.
서울역에서는 일일 1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환경에서 다수의 무선 카메라를 5G 오픈랜 특화망에 연결해 대용량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한다. 안정적인 특화망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버에서 혼잡도를 분석해 인파 쏠림을 예방하고 안전한 철도 이용을 지원한다.
서울역 실증망은 국내 제조사(LG전자)의 SW 기반 기지국(O-DU)과 서로 다른 3개 제조사의 무선장치(O-RU)를 결합한 ‘멀티벤더(Multi-Vendor) 오픈랜’ 환경으로 구현되며, 이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최초 사례다.
김포공항에서는 승객의 출입제한 구역이나 보안 사각지대 접근을 즉시 감지하고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AI 융합 오픈랜 실증망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기지국 서버에서 통신과 AI 기능을 동시에 처리하는 AI-RAN을 실증하고, AI 알고리즘을 네트워크에 적용해 5G 카메라와 기지국 간 신호 품질을 개선해 고품질·대용량 영상을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기술도 검증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오픈랜 실증으로 국내 네트워크 산업이 활력을 되찾고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과를 거둔 점이 고무적이다”라며 “6G 시대 지능형 네트워크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산업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AI-RAN의 효과성을 선제적으로 검증해 공공·민간 다양한 분야로 확산을 촉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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