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주의
정태승 지음 | 재재책집 | 331쪽 | 1만8500원
"어느 순간 돈이 벌리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토록 염원하던 시절엔 멀리 있던 돈이, 죽어라 일만 하다 보니 내 호주머니에 들어와 있었다. 어쩌다 사업을 하게 되었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왔다. 대학 시절, 국문학과는 굶는 과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는데 사업가가 되다니, 인생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젊은 날, 정태승의 꿈은 단순했다. 가난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삶. 국문학과 졸업 후 무역회사에서 10여 년을 보낸 그는 창업의 길에 들어섰고, 이제는 연 매출 200억원 규모의 회사를 이끄는 대표가 됐다. 그러나 돈을 좇던 청년이 돈이 먼저 찾아오는 사장이 되기까지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최고의 수익률은 나 자신에게 투자할 때 나온다는 사실이다.
신간 ‘자기자본주의’는 그가 스스로를 단련하며 쌓아 올린 ‘인생과 사업의 투자 철학’을 담았다. 1부에서는 ‘공부·경험·실패’를 가장 공정하고 값비싼 자기 투자법으로 꼽는다. 공부는 여전히 삶의 중심축이고,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수업료라는 것이다. 2부에서는 ‘사람과 경영’을 통해 사업의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길 위에 돈을 놓지 않는다”, “삼두체제로 움직인다”, “가지 않은 길은 과감히 버린다” 같은 7가지 경영 철학을 통해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다.
저자 정태승의 경영 방식은 독특하다. ‘오너 없는 회사’를 지향하며 모두가 사장이자 동시에 직원처럼 일하는 구조를 만든다. 1년에 두 달은 자리를 비우는 원칙 아래, 조직이 스스로 굴러가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인생을 경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돈보다 가치에, 불안보다 가능성에 배팅하라”고 말한다. 새책 ‘자기자본주의’는 거창한 성공담보다, 뜨거운 햇볕 아래 걷는 이들에게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그늘막 같은 책이다. 흙수저·금수저 같은 분류가 무의미하듯, 누구나 자기 회복력과 태도가 있다면 세상은 조금은 만만해진다. 오늘도 불확실성 속을 걷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단단한 자기 투자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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