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 시대가 온다

윤석빈 지음 | 굿모닝미디어 | 320쪽 | 2만2800원

우리는 종종 기술의 등장을 변화로 받아들이지만 실은 진화라는 개념이 더 어울릴 때가 있다. 인공지능(AI)이 바로 그렇다. 더 이상 AI는 특정 산업이나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AI와 함께 일하고, 학습하고, 결정을 내리며, 창의적 활동을 전개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정체성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윤석빈의 신간 ‘AI 네이티브 시대가 온다’는 이런 질문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30여 년간 기술 변화의 최전선에서 축적한 실무 경험과 수많은 산업 현장을 직접 목격하며 얻은 사례와 교훈을 토대로, AI를 단순한 ‘활용 도구’가 아닌 비즈니스와 삶의 본질을 규정하는 ‘존재 방식’으로 재정의한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일상으로 받아들였듯 AI 네이티브는 인공지능을 삶의 전제로 삼는다. 이들은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창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책은 ‘AI 지원(AI-enabled)’과 ‘AI 네이티브(AI-native)’라는 개념의 본질적 차이를 날카롭게 짚는다. 전자는 기존 시스템에 AI를 얹는 방식이고, 후자는 아예 설계의 출발점부터 AI를 중심에 둔다. 포토샵과 재스퍼의 사례 비교는 이 차이를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포토샵은 정교한 수작업 도구에 AI 기능을 덧붙였고, AI 기반 콘텐츠 생성 서비스인 재스퍼는 AI가 없으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이 책이 흥미로운점은 단지 기술 해설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팔란티어, 테슬라 등 글로벌 AI 네이티브 기업의 전략을 통해 AI가 어떻게 데이터 해자(Data Moat)를 만들고,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재구성하며, 기존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파괴적 혁신의 동력이 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윤리와 책임, 프라이버시와 편향 문제 등 기술이 던지는 근본적 질문도 놓치지 않는다. 단순히 낙관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의 명암을 정직하게 직면하며 성찰을 촉구한다. 생성형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전략, 웹(Web)3, 양자 AI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실천 방안도 풍부하게 제시했다.

AI가 일상의 도구로 자리 잡은 지금, 기업은 경쟁력을 위해, 개인은 생존을 위해 AI를 이해하고 내재화해야 하는 시대다. ‘AI 네이티브 시대가 온다’는 단지 ‘미래를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넘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이미 AI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짚어낸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기술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시대적 분기점에 서 있다. ‘AI 네이티브 시대가 온다’는 그 전환의 본질을 꿰뚫으며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은 AI를 도구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과 함께 진화할 것인가.”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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