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최근 엔비디아와 AMD의 인공지능(AI)용 중저가형 가속기 사용을 제한하라는 통지를 자국내 일부 기업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첨단 GPU 축소판 버전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기술 제재 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 조선DB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 조선DB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을 포함한 다수 업체에 엔비디아의 H20 칩을 정부 또는 국가 안보 관련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일부 통지문에는 왜 H20을 중국산 대체품보다 선택하는지, 보안 문제를 발견한 적이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도 포함됐다.

엔비디아는 H20 칩에 원격 접근이 가능한 '백도어'가 없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으나, 중국 규제당국은 H20의 보안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고, 국영 언론도 유사한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의 움직임은 양국 간 반도체 갈등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칩 판매 수익의 15%를 내는 조건으로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을 허가해준 데 이어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추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구매를 억제하면서 실질적인 판매 확대에는 제약이 걸릴 전망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AI 칩 시장에서 화웨이(Huawei) 등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H20은 연산 성능은 낮지만 메모리 대역폭이 높아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주요 IT기업이 선호하는 제품이다. 그러나 화웨이의 공급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중국 내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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