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작업자가 선 하나하나를 손으로 다듬으며 화질을 개선해야 했다. 그만큼 결과물에는 일종의 ‘손맛’이 있었다. 포바이포는 이 과정을 하나의 레시피로 정리해 AI가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품질 화면은 단순히 과거 영상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화질을 개선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포바이포는 2017년 설립된 AI 기반 영상 화질 솔루션 기업이다. 윤준호 포바이포 대표는 “화질 개선은 작업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그리는 방식이다 보니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며 “이 과정을 AI로 전환하면 노동 환경도 개선되고 시장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5년전부터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포바이포의 AI 영상 화질 개선 솔루션 ‘픽셀(PIXELL)’은 수만 건 이상의 초고화질 영상을 학습한 딥러닝 AI 모델로 노이즈·선명도·컬러 등 화질을 구성하는 각 요소를 최적화해 인간의 시각과 가장 가까운 화질을 구현한다. 윤 대표는 “일반적으로 영상 화질 업계는 생성형 AI 도입이 어려운 영역”이라며 “다른 회사들이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솔루션을 만든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자체 모델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AI 솔루션 덕분에 여럿이 며칠 걸려서 했던 작업 시간 또한 크게 단축됐다. 현재는 1시간짜리 영상의 화질을 개선하는 데 약 40분(장비 1대당)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윤 대표는 “원본에 이미 존재하는 불량 화소가 아니라면, 포바이포 솔루션에서 새로운 불량 화소가 생길 확률은 0%다. 화질 개선을 자동화한 이후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포바이포의 AI 솔루션은 화질을 개선하면서도 용량을 최대 50%까지 줄인다. 이 덕분에 망 사용료 절감 효과도 있다. 윤준호 대표는 “저장 용량 절감이 직접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으나 망 사용료 절감에는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제작사가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공급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포바이포의 솔루션은 레거시 미디어의 영상 외에, 교육 분야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개선된 화질의 영상을 시청하는 경우 이용자의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표는 “자체 실험 결과, 화질이 떨어지면 시청자가 눈을 의심하게 되고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내 교육 시장은 일주일에 1000개 이상의 콘텐츠가 생산돼 오히려 프로페셔널(방송) 시장보다 더 큰 잠재력을 지닌다”고 했다.
포바이포는 방송국이나 크리에이터, 교육 시장 등 다양한 분야의 적용사례를 늘리는 중이다. 윤준호 대표는 “용량은 작고 화질은 좋아서 (특히 교육 분야에서)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을 원한다”며 “통신 속도가 느린 개발도상국의 이러닝 시장으로도 진출 중”이라고 부연했다.
포바이포는 올해 안으로 ‘리얼 타임 스트리밍 장비’를 공개할 예정이다. 유튜브 등 생중계 스트리밍 영상의 화질이 실시간으로 개선되는 데 도움을 준다. 윤 대표는 “비대면 콘서트 등 생중계 콘텐츠는 화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감 콘텐츠라는 느낌이 안 든다”며 “스트리밍 콘텐츠에 ‘픽셀’이 적용된다면, 고화질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바이포의 최종 목표는 자사의 AI 화질 개선 솔루션을 경량화해 디바이스 시장에 엣지형(단말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윤 대표는 “전 세계에 생산되는 TV나 노트북, 모바일 기기, 태블릿 PC 등에 ‘픽셀’이 탑재된다면 큰 시장이 될 것”이라며 “AI 전체 생태계도 커져, 포바이포가 AI 솔루션 기업으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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