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되 통화정책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이후 집값 안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이후 집값 안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한국은행 

이 총재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업무보고에 나와 "올해 초까지 성장세가 부진했으나 2분기 들어 경제심리 개선으로 반등했다"며 "하반기에도 추경 집행 등으로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중 무역협상과 내수 회복 속도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했다.

물가 전망과 관련해 이 총재는 "기상여건 악화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불안할 수 있지만, 국제유가 안정과 낮은 수요 압력 덕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안팎에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면서도 "지방 건설·부동산 경기 부진,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채무 부담 누적 탓에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 주택시장은 과열세가 일부 진정됐지만, 서울 일부 지역은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달러대비 원화 환율도 1300원대 중후반에서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러한 경제 여건을 고려해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총 100bp(1%포인트) 인하했다.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와 환율 리스크를 감안해 속도를 조절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약부문 지원책도 강화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2.0%에서 1.0%로 낮추고, 지난해 도입한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 프로그램의 한도를 늘리고 기한도 연장했다. 아울러 정부와 공조해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적극 도모하는 한편, 양방향 유동성 조정체계 전환, 무위험지표금리(KOFR) 확산, 자금조정대출 제도 개편 등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디지털 경제 전환에 대응한 노력도 언급했다. 그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디지털 지급수단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인구 집중, 기후변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며 장기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