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그간 쌓아온 결제 데이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수천만건의 소비 흔적을 분석해 맛집부터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단순 매출 통계에 그쳤던 카드 결제 데이터가 이제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심지어 정책 연구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카드사들이 그간 쌓아온 결제 데이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 DALL-E
카드사들이 그간 쌓아온 결제 데이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 DALL-E

3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이 카드 결제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와 트렌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맛집 인증에서 자기 관리 트렌드 분석, 소상공인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이마트와 손잡고 ‘피코크: 현대카드 결제 데이터로 검증된 맛집’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2023~2024년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 소비 행위’로 입증된 식당을 골라냈다.

현대카드는 ▲67년 전통의 중국집 ‘홍복’ ▲성수동 라멘집 ‘라무라’ ▲청담동 꼬치집 ‘야키토리 파노’ 등 서울 시내 맛집 3곳의 결제데이터가 집중된 것을 확인했다. 각 매장의 인기 메뉴를 이마트와 협업해 간편식으로 만들어냈다. 홍복의 ‘유니짜장면’, 라무라의 ‘흑라멘’과 ‘닭껍질 교자’, 야키토리 파노의 특제 ‘타레소스’ 등이 대표적이다.

맛집 발굴 및 데이터 검증은 현대카드 데이터랩(Data Lab)이 맡았으며, 선정 및 검증을 통해 메뉴를 개발하는데만 1년 반이 소요됐다는 게 현대카드측 설명이다.

신한카드는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회 트렌드를 진단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산과 숲길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관련 결제는 최근 2년 새 건수가 203%, 금액이 216% 늘었다. 30대 결제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44.8%)를 차지했고, 이용 금액 증가율도 232%로 가장 높았다. 여성 이용 비중도 크게 늘어, 2023년 남녀 격차가 24%포인트였던 것이 2025년에는 12.2%포인트로 좁혀졌다.

피부과 정기 패키지, 고액 스킨케어 이용 결제는 2년간 31.2% 증가했다. 특히 30대 남성 이용 건수가 73.7% 늘어나며 ‘관리형 남성’의 등장을 보여줬다. 정신건강의학과 결제 건수도 같은 기간 11.4% 늘었다. 20대는 진로·연애 상담, 30대는 아동·부부·직장, 40대는 사춘기 자녀 문제, 50대 이상은 우울·무력감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 데이터에 드러났다.

BC카드는 데이터 활용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협약을 맺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다.

BC카드는 국내 최대 가맹점 네트워크와 방대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 상권 분석, 업종별 매출 지수 개발 등에 나선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이 직접 경영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고, 정부 정책 연구에도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원석 BC카드 사장은 “카드 데이터가 국가적 과제인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공공적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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