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인공지능(AI) 인력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새에만 핵심 연구자 4명이 경쟁사로 자리를 옮긴 사실이 확인됐다.

팀 쿡 애플 CEO / 조선DB
팀 쿡 애플 CEO / 조선DB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즈 팀에서 최근 몇 주 사이 약 10명의 연구자가 이탈했다. 이들 중에는 팀장급 인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핵심 인력 중 상당수가 메타, 오픈AI, 앤스로픽 등으로 이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대규모 채용을 통해 애플 출신 인재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으며, 오픈AI와 앤스로픽 역시 AI 연구자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실제 애플 로보틱스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온 지안 장(Jian Zhang) 수석 연구원은 메타의 로보틱스 스튜디오로 합류했다. 존 피블스(John Peebles)와 난 두(Nan Du)는 오픈AI로, 자오 멍(Zhao Meng)은 앤스로픽으로 이적했다. 메타는 올여름 전임 팀장이었던 팡 루밍(Ruoming Pang)을 영입하기 위해 2억 달러 수준의 파격적인 보상 패키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내부에서는 불확실한 전략 방향이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차세대 시리(Siri)를 목표로 한 ‘애플 인텔리전스’ 프로젝트는 구조적 문제로 전면 재설계가 불가피해졌고, 핵심 기능의 상용화 시점도 2026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여기에 오픈소스 공개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 격화되면서, 폐쇄적인 기업 문화와 연구자들의 개방적 성향 사이 충돌이 이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연이어 고급 연구자들이 빠져나가는 흐름은 애플의 AI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경쟁사가 막대한 보상과 연구 환경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애플이 어떻게 내부 혼선을 수습하고 핵심 인재를 지켜낼지가 향후 AI 경쟁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애플 내부 연구진 규모와 신규 채용 현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일부 인력 이동만으로 경쟁력 약화를 단정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