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자회사 네오플 노조와 사측이 두 달 넘게 보상 문제로 갈등을 이어가며 전면 파업까지 벌였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노란봉투법’ 통과와 맞물려 넥슨을 비롯한 다른 대형 게임사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파업 장기화는 개발 지연과 실적 악화, 인원 감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란봉투법 통과에… 네오플 노조 “넥슨이 책임져라”
네오플 노사는 4일 제주 본사에서 열린 4차 교섭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노조 측은 30일 넘게 이어온 전면 파업은 철회하고 8일부로 조합원의 임시 업무 복귀를 결정했다. 한발 물러섰지만 사측과의 보상 문제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준법 투쟁을 이어가면서 내년까지 장기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회사 측은 “스팟 보너스를 중심으로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조가 별도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며 “회사가 제시한 수정안에도 영업이익 연동 성과 분배금(PS)과 동일한 조건을 달아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으로 교섭권이 강화되면서 노조의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 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주체를 사용자로 인정한다. 자회사나 협력업체 노조도 모회사나 원청기업을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법 시행까지 6개월이 남았지만 자회사 노조는 이미 본사를 겨냥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8월 12일 열린 네오플 노조 파업 결의에서 노조원들은 ‘넥슨이 책임져라’라는 문구가 담긴 팜플렛을 들고 “결정 권한을 가진 모회사 넥슨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업 장기화→개발 지연→실적 악화→인원 감축 ‘악순환’ 우려
업계는 네오플의 노사 갈등이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양측이 실무 협의를 이어가며 9월 18일 5차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입장 차이가 커서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노사 갈등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신작 개발 일정이 지연되고 라이브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용자 이탈을 키우고, 결국 매출 부진과 실적 악화를 불러온다. 악화된 재무 상황은 다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네오플은 파업 여파로 8월 예정이던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DNF 유니버스 2025’를 취소했다. 주력 게임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는 8월 초 73위에서 현재 114위까지 떨어졌다.
타 게임사로 노사갈등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씨소프트는 300명 규모 추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어서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네오플 사태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대형 게임사 대부분은 개발 스튜디오를 자회사 체제로 운영한다. 이 때문에 신작 프로젝트 중단이나 인력 재배치, 포괄임금제 등 민감한 이슈가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고객센터(CS)나 일러스트 부문처럼 협력사에 위탁하는 조직은 본사와 직접 교섭을 요구할 여지도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산업 전반의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노조 권리 보장과 경영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해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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