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 시작과 10월 국정감사 시즌 도래로 금융권이 분주해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내부통제 부실과 보안 사고가 잇따른 만큼, 누가 증인 명단에 오를지가 최대 관심사다. 예년보다 소란은 덜하지만 금융권 안에서는 ‘회장님 지키기’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에 금융당국 개편이 포함되면서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융 정책 방향과 감독의 무게추에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지난해 10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7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조직법 최종 조율이 이뤄질 예정이다. 개편안에는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획재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되고, 재정경제부가 기존 금융위의 정책 기능까지 흡수해 금융정책을 총괄한다. 정책 기능을 떼어낸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별도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한다는 구상이다.

이 안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정무위원회 협의가 불가피하다. 여야 합의가 지연될 경우 조직 개편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조직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국회가 주목하는 쟁점에 따라 국감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보안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해당 금융사들의 증인 채택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확대에 있어 가산금리 산정, 예대금리차 문제도 국회가 들여다 보고 있다.

최근 해킹 사고가 발생한 SGI서울보증보험·웰컴금융그룹·롯데카드 등은 관리 부실 책임을 추궁당할 전망이다. 96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롯데카드는 해킹 사고로 보안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조좌진 대표가 직접 국감 증인석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도 홈플러스 사태와 함께 증인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내부통제 부실도 주요 쟁점이다.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에도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이 직접 국감에 불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올 들어 5대 시중은행이 공시한 대형 금융사고(10억원 이상)는 16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15건)를 넘어섰다. 하나·KB국민은행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NH농협은행이 각각 2건을 공시했다. 합산 피해액은 약 952억 원에 달한다.

올해 총 4차례 금융사고를 공시한 기업은행의 경우 사고금액만 321억9650만원 수준이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사고 재발 방지에 힘쓰고 있지만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해외 법인 사고도 잇따랐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는 7850만달러(약 1088억원) 규모의 허위 신용장 사고가 발생했고,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에서도 2023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37억원대 횡령 사건이 드러났다.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역시 현지 직원이 부적절한 대출을 취급해 17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년 국감을 앞두고 증인 채택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금융지주 회장들은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는 경우가 많아, 올해도 비슷한 모습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