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새 정부조직법을 통해 내년 1월 기재부를 쪼개 재정경제부로 개편하고 기획예산처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연쇄 조직 개편이 이뤄진다.

다만 금융당국 개편은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융감독위원회 신설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뿐 아니라 다수의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데,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가 열렸다./뉴스1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가 열렸다./뉴스1

10일 국회 등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추석 전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 관련 법안을 처리해 내년 초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 시행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위 해체와 금감위 신설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 외에도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과 각 업권별 법률인 은행법, 자본시장법 등 후속 입법이 줄줄이 뒤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손봐야 할 규정 조문만 2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입법 절차 역시 간단치 않다.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를 거쳐 법사위, 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정무위원장이 야당인 국민의힘의 윤한홍 의원이다. 야당의 동의를 구하지 못할 경우 의사진행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윤한홍 위원장은 금융당국 개편을 두고 반대의 의견을 명확히 했다. 윤 의원은 “청문회 때는 존치를 전제로 논의했는데 끝나자마자 해체를 공식화했다”며 “금융당국과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졸속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기능 조정·간판 바꾸기’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단 한 번도 사전 협의를 요청한 적도 없으면서 이제 와 협조를 운운하고, 위원장이 야당이라 어려운 상황이라는 둥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입장 역시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 체계를 오히려 역행하는 개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180일 이내 처리 규정 때문에 실제 시행까지는 최소 반년이 걸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명박 정부 당시엔 조직개편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35일이 소요됐고, 문재인 정부는 40여일, 박근혜 정부는 50일 이상 걸린 전례가 있다. 여소야대였던 윤석열 정부의 경우는 법안 발의 후 처리까지 9개월이나 소요됐다. 이번 역시 야당의 극적인 합의가 없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될 가능성이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조직개편을 위한 입법 과정에서의 협의는 차지하고 이번 금융감독 조직 개편에 대한 협의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수 야당의 협조 없이 처리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년 1월 적용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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