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 ‘누군가가 나를 평가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뇌는 뭐든 습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술을 원하는 나라는 많지만, 교육 (시스템)을 원하는 나라는 없지 않나. 에듀테크 기업들이 ‘교육’의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포트폴리오(이하 리딩앤)는 생성형 AI 기반 학습 튜터 ‘LAURA(로라)’가 탑재된 AI 리딩 코스웨어 ‘리딩앤(READING &)’, 옥스포드대학출판부와 합작한 원서 리딩 프로그램 ‘옥스포드 리딩클럽(ORC)’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우선 과제는 ‘아이들이 영어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리딩앤의 AI 기술은 ‘스텔스 진단(Stealth Assessment)’을 중심으로 한다. 군사 분야에서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기술 및 무기 등을 뜻하는 스텔스처럼, 리딩앤 이용자(학생)가 AI를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그 대신 시험을 보지 않고서도 아이들의 실력을 진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성윤 대표는 “아이들은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말하는 걸 꺼리게 되고, 작가의 의도보다는 출제자의 의도를 배우려 한다”며 “리딩앤은 학습 중 AI가 어휘·문법·상용구 등 수준을 보이지 않게 진단하며 자연스러운 영어 실력 성장을 돕는다”고 말했다.
리딩앤은 AI가 수준 평가뿐 아니라, ‘사고하는 법’을 유도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는 적재적소에 사용돼야지, 교사가 하는 일을 대체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영어 교육에서 AI는 발음이나 문법보다는 ‘영어로 생각하는 방식’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리딩앤은 주입식에서 자유로운 영어 교육을 위해, 5개국(한국·중국·일본·스페인·튀르키예) 학생들의 발음을 총 6만시간 수집했다. 4~12세 학생들의 비식별화 발음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이용자들이 발음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영어를 발화하게끔 하고, 자연스럽게 발음을 개선하는 원리다.
이에 관해 김 대표는 “우리는 AI에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빼는 것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는 다른 페이지로 넘어갈 때 짧은 로딩 시간(심리스)이 중요하다”며 “실제 교실에서 뭐가 필요한지 모르는 기업들이 자꾸 디지털 교재에 많은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IDT 위해서는 교육 체계 바꿔야”
리딩앤은 지난해 교육업계의 화두였던 ‘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의 공교육 체계는 리딩앤의 교육 철학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장기간 준비 후 AIDT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조로 AIDT에 대한 비판을 일관성 있게 이어가고 있다.
AIDT는 지난 8월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명칭 또한 ‘AI디지털교육자료’로 바뀌었다. 자체 예산을 감당하기 힘든 교육청들이 계약 연장을 포기하며 AIDT 업체들이 반발하는 등 AIDT는 각종 논란의 불씨로 전락했다.
김성윤 대표는 ‘주입식 교육’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입시 위주 교육 체계를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다수의 에듀테크 기업이 교육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다”며 “AIDT에 들어가 있는 AI 기술은 대부분 빨리 실력을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교과내용을 주입하는 데 집중돼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교육의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딩앤은 공교육과 꾸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학교컨설팅’ 사업의 협력기관을 맡고 있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의 ‘AI 교육서비스’에도 선정돼 서울시 누적 800여개 초등학교에 학교용 영어 리딩 프로그램 ‘리딩앤스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초중등은 의무 교육이기 때문에 영어 실력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영어는 교과서를 배제하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교사들이 좋은 학습도구로 아이들의 실질적인 영어 실력을 높일 수 있다”며 “결국 수능 또한 독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어를 암기보다 ‘읽기’ 중심으로 공부한 아이들은 어렵지 않은 시험”이라고 부연했다.
김성윤 대표는 “아이포트폴리오라는 회사명보다 ‘리딩앤(READING &)’이라는 브랜드가 오래 남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공교육은) 아이들이 시험 점수보다 언어 실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영어 과목에서 교과서가 없어지고, 영국 등 해외처럼 책을 통해 읽기 중심으로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페다고지(pedagogy)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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