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기업 채용 시장에서 수시·상시채용이 전체 채용의 절반을 넘어 기업들의 주된 채용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신입사원 진입의 대표 경로였던 정기공채가 축소되면서 청년층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취업 플랫폼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정기공채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20.8%에 불과했다. 정기공채 비중이 49.6%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어든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수시채용 공고 비중은 ▲2019년 30.7% ▲2020년 41.4% ▲2021년 48.9% ▲2022년 69.1% ▲2023년 67.8% ▲2024년 61.9% ▲2025년 62.2%로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기업들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인력을 뽑는 '수시채용'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70% 이상이 상시채용 체제를 유지하며 전체 흐름을 주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규모 공채는 채용 절차가 오래 걸려, 정작 회사에서 사람이 필요할 때 바로 투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수시채용은 특정 직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바로 투입할 수 있어 변화 속도가 빠른 IT·제조업이나 프로젝트 단위 산업에서 유리하다. 이는 단순한 인력 보충이 아니라 전략적 인재 확보 방식으로 채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기업 사이에서는 ‘중고 신입’ 선호 현상도 뚜렷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121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하반기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입 가운데 28.1%는 이미 경력을 보유한 인력이었다. 이는 전년(25.8%)보다 2.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평균 경력 기간은 ‘1년~2년’이 46.5%로 가장 많았고, ‘6개월~1년’(38.6%), ‘2년~3년’(7.9%)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매출 규모가 낮을수록 ‘2년~3년차 경력’을 선호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100대 기업에서는 해당 응답이 없었지만, 300~500대 기업에서는 12.2%를 차지했다.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인원에서 경력직 채용 비율은 평균 26.9%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채용을 유연하게 운영하면서도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찾고 있다"며 "정부도 청년층 일자리 기회를 넓히고 기업의 채용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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