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사들은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분기형 서사를 자주 구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선택지에 따른 결말이 많아야 십여 가지 정도다. 결말이 늘어날수록 시나리오 작성부터 개발과 현지화까지 필요한 자원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홍익대학교 게임학부 출신 인디게임팀에서 출발한 익스릭스는 엔딩만 100개 이상을 구현한 텍스트 RPG를 개발한 인디게임사다. 최근에는 텍스트 RPG에 덱빌딩 로그라이크 장르를 접목한 ‘샴블즈’를 개발했다. 퍼블리싱은 그라비티가 맡았다.  이재복 익스릭스 대표를 만나 인디팀에서 회사를 설립하고 퍼블리셔 계약까지 이어진 과정을 들었다.

이재복 익스릭스 대표. / 변인호 기자
이재복 익스릭스 대표. / 변인호 기자

소설 다섯 권 분량의 스토리 구현

샴블즈는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대로 스토리가 분기되고 그에 걸맞는 결말이 제공된다. 전투는 카드덱 기반의 턴제 방식이다. 플레이어는 샴블즈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재복 대표가 샴블즈를 개발하기 시작한 이유는 자신의 게임 취향 때문이다. 그는 베데스다의 아포칼립스 RPG ‘폴아웃’ 시리즈의 팬이다. 여기에 ‘발더스 게이트’,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처럼 선택에 따라 분기가 갈라지는 게임을 즐겨왔다. 이용자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고, 그에 맞는 결말을 선사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그의 오랜 꿈이었다.

그는 “분기가 많은 게임을 정말 많이 해봤다”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선택의 자유도가 넓고 스토리에 집중한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샴블즈의 가장 큰 차별점은 결말의 수다. 엔딩은 100개를 넘겼다. 텍스트 RPG에 랜덤성과 저장·불러오기가 제한되는 로그라이크 요소까지 접목됐다. 방대한 분기와 결말 때문에 게임 내 텍스트만 소설 다섯 권 분량에 달한다. 이 때문에 현지화 과정도 길어졌다. 샴블즈 개발에는 약 4년이 걸렸다.

이 대표는 “당초 목표 개발 기간은 2년이었지만 번역에만 1년 가까이 소요됐다”며 “샴블즈는 초반부터 선택지가 3~4개씩 갈라진다. 구현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모두 넣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본편 분량 만큼의 DLC로 세계관 확장

샴블즈는 이미 모바일과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됐다. 그라비티와 함께 글로벌 게임전시회 지스타, 플레이엑스포, 도쿄 게임쇼(TGS), 팍스 이스트(PAX EAST) 등에 참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달의 우수게임,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톱10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DLC)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DLC는 본편에 버금가는 분량으로, 다양한 세력과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 더 무겁고 깊은 서사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샴블즈 이후 프로젝트는 웹소설 작가들과의 협업을 고려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화된 건 없지만 관심 있는 작가가 있다면 언제든 함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