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혼자 만들었어요. 캐릭터도, 배경도, 스토리도요.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했는데, 한국을 배경으로 한 게임은 안 나오더라고요. 한번쯤은 누가 만들겠지 생각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와서 제가 하나하나 배우면서 만들었어요.”
세계 종말을 앞둔 서울 이태원의 밤거리를 배경으로 한 인디게임 ‘안녕서울: 이태원편’이 입소문을 타며 주목받고 있다. 정식 출시 전임에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목표 금액의 1300%를 초과 달성하며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이 게임은 1인 개발자 김진호 지노게임즈 대표가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 스토리텔링까지 전 과정을 도맡아 만든 작품이다.
IT조선은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이 게임의 주인공 김진호 대표를 만났다.
“게임 개발 경험 ‘無’… 혼자서라도 해보자”
김진호 대표는 게임 개발자 출신이 아니다. 디자인 회사에서 연구개발(R&D) 업무를 맡아 일하던 이다.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2020년 지노게임즈를 설립했다.
그는 게임 개발 경험은 전무했고 개발 툴도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었다. 그는 직접 하나하나 배워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임이다. ‘안녕서울: 이태원편’이다. 이 게임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2D 퍼즐 플랫포머 장르다. 이용자는 종말 직전의 이태원을 배경으로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적들을 제압해가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태원은 특이한 욕망이 모이는 곳
그는 게임의 배경으로 이태원을 선택했다. 김 대표는 “이태원은 많이 놀러 가서 익숙한 공간이었다"면서도 "동시에 이태원은 특이한 욕망이 모이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도 떠올랐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선택은 아니었다. 그는 “해외에서 뭘 해보겠다는 계획이 있어서 이태원을 고른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게임 개발과 관련한 모든 과정은 혼자 도맡았다. 이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외주 용역을 맡기거나 인력을 채용할 여유가 없어 직접 코딩과 그래픽 작업, 시나리오 작성까지 모두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진호 대표는 “프로젝트가 수익이 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비를 최소화하되, 본인이 진짜 만들고 싶은 게임을 구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렇게 그는 약 4년 동안 혼자 개발에 매달렸다.
김 대표는 수많은 개발 업무 중에서도 스토리 구성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게임의 전개 흐름에 맞춰 스토리를 짜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중간에 시나리오를 고쳐야 할 일도 잦았다. 특히 해외 출시를 고려할 경우 현지 문화나 감성과 어긋나지 않도록 점검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이와 함께 국내 게임 심의 기준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작은 팀도 아니고 1인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다양한 게임쇼 현장에서 만난 이용자들의 반응 덕분이다. 그는 “글이나 말로 된 피드백도 좋지만, 시연 중 이용자들의 표정이나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며 “그때마다 더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네오위즈와 퍼블리싱 계약… 글로벌 인디행사 참가
지난해 5월, 김진호 대표는 네오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퍼블리셔로 참여한 네오위즈는 게임의 QA(품질보증), 마케팅 등 전반적인 유통 및 홍보를 지원한다. 네오위즈는 ‘안녕서울: 이태원편’을 일본 최대 인디게임 행사인 ‘비트서밋 2025’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코어블레이저 게임 페스트 2025’에 출품했다. 인디게임으로는 드물게 출시 전부터 해외 유저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김진호 대표는 현재 ‘안녕서울: 이태원편’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게임을 기대하는 이용자들에게 지금 만든 게임을 잘 선보이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이번 게임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나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 게임에서 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