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나 영상, 만화·웹툰 같은 콘텐츠는 정교한 세계관과 설정을 구축해 IP를 확장한다. 하나의 IP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중견·대기업이 흥행작을 중심으로 구사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라스칼랩은 조금 다르다. 인디게임으로 IP 수익화를 꿈꾸는 작은 개발사다. 대학교 졸업작품으로 출발한 프로젝트가 창업으로 이어지며 인디게임 스타트업으로 변했다. 현재 이들이 개발 중인 게임은 ‘코나와 스노래빗’. 이 작품은 PC 플랫폼 ‘스팀’과 스마일게이트의 ‘스토브’에 데모 버전이 공개돼 있다. IT조선은 오주환 라스칼랩 대표를 만나 도전의 출발점과 목표를 들어봤다.
졸업작품에서 창업으로… “출시 언제냐” 반응이 계기
라스칼랩의 시작은 청강대 게임학과 졸업작품이었다. 오주환 대표는 처음엔 넥슨 등 대형 게임사 취업을 고민했다. 하지만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에 출품한 ‘코나와 스노래빗’이 관람객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오주환 대표는 “여러 사람이 ‘코나와 스노래빗이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서 상용화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BIC 출품 후 온라인 통계를 보니 실제 출시를 준비하는 게임 못지않게 추천을 받아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창업의 길은 녹록지 않았다. 15명 규모였던 졸업 프로젝트팀은 병역이나 취업 문제로 흩어졌다. 오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시장 반응이 우호적인데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게임은 반드시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그를 움직였다. 그는 새 팀원을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라스칼랩의 대표를 맡게 됐다.
아케이드에서 스토리게임으로… IP 확장 꿈꾼다
‘코나와 스노래빗’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번 궤도를 바꿨다. 초기에는 단판 위주의 아케이드 게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졸업을 불과 3개월 앞두고 기본 기획을 바꿨다. 근접 공격으로 적을 얼리고 부수는 ‘냉동 액션’을 구현하기 어려워 원거리에서 적을 얼리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아이디어는 오 대표가 어릴 때 즐겼던 고전게임 ‘스노우 브라더스’에서 착안했다. 눈을 던져 적을 눈덩이로 만들고 굴려 터뜨리는 횡스크롤 게임이다. 오 대표는 여기에 스토리를 덧입혔다. 최근 ‘슈퍼마리오’나 ‘별의 커비’ 시리즈가 서사를 추가해 IP 생명을 연장하듯, ‘코나와 스노래빗’도 단순 액션에서 스토리 기반 게임으로 확장하는 길을 택했다.
오주환 대표는 “멀티플레이를 고려하지 않고 싱글 플레이 패키지 게임처럼 스토리가 있는 장편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짧은 아케이드 성격에서 장편으로 바꾸면서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서사가 있는 장편 게임으로 출시한 뒤에는 IP 확장을 시도하겠다”며 “후속작은 물론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같은 미디어로 넓히는 것도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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