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올해 증권사 기업공개(IPO) 실적 경쟁에서 한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누적 6000억원대의 인수금액을 기록,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대한조선 등 빅딜 주관·인수에 참여한 결과다. 2위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경쟁이 치열하다. 남은 3개월 명인제약 외 대어급 IPO가 없어 KB증권의 '1강' 흐름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업공개(IPO) 인수금액 상위 4곳인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의 본사 전경. / 각 사
올해 3분기 누적 기업공개(IPO) 인수금액 상위 4곳인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의 본사 전경. / 각 사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올 3분기까지 상장 기업 66곳(30일 상장 예정 기업 포함)의 ‘투자설명서’를 확인한 결과 인수금액 1위는 KB증권으로 확인됐다. KB증권은 12개사의 주관·인수에 참여하며 인수금액 6361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인수금액이 3167억원으로 2위였으나 7월 이후 석 달간 3000억원 이상 늘리며 선두에 올라섰다.

대형 IPO 딜을 따낸 영향이 컸다. 2월 상장한 LG씨엔에스의 대표 주관사를 맡으며 인수금액 2639억원을 확보한 KB증권은 8월 대한조선의 공동 대표 주관사까지 맡으며 인수금액 2250억원을 추가했다. 그래피(인수금액 219억원), 아이티켐(322억원), 심플랫폼(138억원), 아이에스티이(148억원), 삼양엔씨켐(198억원) 등을 대표 주관하며 인수금액을 키웠다.

2위는 NH투자증권이었다. NH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인수금액은 4552억원(10건)으로 2분기 누적 1236억원 대비 3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순위도 9위에서 7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대한조선의 공동 대표 주관사를 담당, 2150억원을 확보한 게 주효했다. 삼양컴텍(558억원), 엔알비(309억원), 뉴엔AI(300억원), 동방메티컬(315억원) 등에서도 많은 인수금액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 3616억원의 인수금액을 올리며 업계 1위로 분전했지만, 3분기 800억원 늘리는데 그쳐 누적 기준 4418억원(12건)으로 2계단 내려갔다. 상반기 LG씨엔에스(1139억원), 서울보증보험(908억원) 등 굵직한 딜에 주관사로 참여하며 높은 실적을 올렸지만 7월 들어선 대표 주관사로 참여한 뉴로핏, 지투지바이오 2건이 전부였다. 7~9월 KB증권이 6건, NH투자증권 4건의 주관·인수 실적을 각각 올린 것과도 비교된다.

올해 1~3분기 증권사 IPO 인수금액 규모. / 윤승준 기자
올해 1~3분기 증권사 IPO 인수금액 규모. / 윤승준 기자

뒤이어 대신증권이 3404억원(10건)으로 4위에 올랐다. 7월 이후 한라캐스트(435억원), 아우토크립트(308억원) 등 5개사의 대표 주관을 맡으며 상반기(1923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인수금액 실적을 늘렸다.

그다음 신한투자증권 2763억원(8건),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 2399억원(1건),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날증권회사 서울지점 2399억원(1건), 한국투자증권 2326억원(8건), 삼성증권 2309억원(9건) 등의 순으로 누적 인수금액이 컸다.

이 같은 흐름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내달 1일 상장하는 공모금액 1972억원 명인제약의 대표 주관사가 KB증권이기 때문이다. 공동 주관사나 인수단 없이 KB증권 단독으로 인수금액을 모두 받아냈다.

명인제약 외엔 코스닥 상장 일정만 남아있다. 노타, 비츠로넥스텍, 이노테크, 그린광학, 세나테크놀로지, 더핑크퐁컴퍼니 등이 IPO 청약을 진행한다. 6개 청약 중 KB증권이 2건, 미래에셋증권이 2건, NH투자증권이 1건 대표 주관사를 맡게 됐다.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케이뱅크와 한화에너지 연내 상장한다면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케이뱅크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한화에너지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이 대표 주관사다. 다만 IPO 절차가 상장예비심사 신청서 제출, 적정성 심사 등을 거쳐 상장승인 여부를 확정 짓는 데까지 최소 3개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는 중요한 IB 비즈니스 중 하나이고 대형 IPO를 주관·인수하면 많은 수수료 수익도 올리며 청약자를 자기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호황인 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엑시트(자금 회수)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증권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