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전략 수립은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과 사회 전반의 혁신과 직결된다. IT조선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출범을 계기로 위원장과 분과위원장을 직접 만나 위원회의 운영 방향과 향후 AI 액션플랜을 살펴본다. 위원회는 2025년 9월 공식 출범했다. 기술혁신·인프라, 산업 AI전환(AX)·생태계, 공공 AX, 데이터, 사회, 글로벌 협력, 과학·인재, 국방·안보 등 8개 분과로 구성된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시대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입니다. 집단 지성과 협력 체계 구축이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미션 중심의 유연한 위원회 형태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이 IT조선과의 인터뷰를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 이선율 기자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이 IT조선과의 인터뷰를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 이선율 기자

반도체·풀스택 역량 갖춘 韓… AI 3강 국가로 도약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이 국가인공지능(AI)전략위원회의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밝힌 운영 철학이다. 임 부위원장은 국가AI전략위원회의 실질적 운영을 책임지는 핵심 인물이다. 그는 위원회의 주요 사안을 총괄하며 AI 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부처 간 협력을 조율한다.

임 부위원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언론홍보대학원,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나우콤과 iMBC 센터장, 미디어전략 컨설턴트를 거쳐 '국회ON' 편집장을 맡았다. 이후 경기도청 정보화정책관·미래성장 정책관을 역임하며 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총괄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시절엔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디지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와 비공개 회동을 통해 100조원 규모 AI 국부펀드와 AI 인프라 전략을 제시하고 논의했다. 그 결과 그는 국내외 AI 전략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두루 갖춘 인재로 평가받으면서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대한민국 AI 정책의 최상위 전략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기존 국가AI위원회를 효율성과 실행력을 강화한 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 위원장인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위원과 민간위원 등 총 50명으로 구성됐으며, 분과위원 52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임문영 부위원장은 “지난 80년간 대한민국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축약 경제’ 체제였다. 이 과정에서 각 부처는 군대처럼 움직이며 효율을 냈지만, 부처 간 ‘칸막이’가 심해졌다”며 “AI 시대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우리가 쫓아야 할 목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타깃’이다. 경직된 칸막이 정부로는 이 변화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전환 시대에는 집단 지성과 유연한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며 “이것이 독임제 부처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AI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킨 이유이며, 그런 책임감을 갖고 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한국을 AI 3강 국가로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다. 임 부위원장은 “한국은 HBM 기술을 보유한 SK하이닉스와 세계적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를 기반으로 풀스택 역량을 갖췄다”며 “이 덕분에 AI 3등은 이미 달성했으며, AI 3강으로 도약할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국 경험이 없는 나라라는 점과 산업화·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역사적 배경이 유연한 발전 경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인재 예우·개방적 태도 중요…DX·AX 전환 속도

국가AI전략위원회의 또 다른 목표는 AI 기술 전환을 통해 국민 삶의 편의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 부위원장은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을 통한 공공 행정 효율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국회 출입 절차만 봐도 간단한 출입 목적과 신원을 일일이 서면으로 작성해야 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며 “이러한 비효율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도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고 지적했다.

또 “제조업 현장에서는 센서와 장비가 데이터를 수집하면서도 로그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적으로는 AI 활용(AX)은커녕 DX조차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데이터 수집과 센서 인프라,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AX를 목표로 하지만 아직 70%도 달성되지 않은 DX부터 바로잡아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임 부위원장은 AI 경쟁이 본질적으로 승자독식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글로벌 인재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인재들은 단순한 보상보다 동료와 네트워크, 커리어 성장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지적 인재에 대한 예우와 편견 없는 시각, 국적을 불문한 개방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이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이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을 통한 공공 행정 효율화가 중요하다며 관련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선율 기자

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이 관건

내년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과 관련해 그는 데이터 활용 방안을 합리적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부위원장은 “개인정보는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막연한 인식에서 벗어나 시대적 변화에 맞게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스타트업을 지원해 개인 의료정보 기반 서비스가 현실화된 사례도 있다. 보호와 활용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시대에는 정보를 단순히 보호냐 개방이냐로 나눌 것이 아니라, 디테일하게 접근해 합리적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부위원장은 의료·법조 분야에서 AI 활용에 대한 반감이 큰 현실도 지적했다. 판결문과 의료정보처럼 이미 공개되었거나 활용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조차 과도한 규제로 인해 실질적 활용이 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법정보는 헌법상 공개재판 원칙에 따라 접근 가능한 것이고, 의료정보도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든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AI 시대에는 민감정보도 신중한 제도 설계와 인센티브 모델을 통해 개방과 활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AI에 거는 기대

의료 AI 분야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의료 수준이 높고 EMR(전자 의무기록) 데이터도 잘 구축돼 있어 의료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면 전 세계 의료 AI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이 영역은 글로벌 표준화가 잘 이뤄졌지만 국가별 규제가 달라, 이를 AI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AI 발전은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AI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부위원장은 국가AI전략위원회가 사실상 ‘개문발차’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100명이 넘는 위원회에 비해 지원단은 13명에 불과하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새벽까지 일하며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각 부처에서 파견된 인력들이 이곳에서 AI 실무 역량을 키우고 돌아가, 각 부처의 AI 전환을 이끄는 AI 사관학교가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현재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유연한 조직 운영을 지향하고 있다. 11월 발표 예정인 ‘대한민국 AI 액션플랜’ 수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임 부위원장은 “AI 액션플랜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미국의 행정명령처럼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할지’가 정해진 구체적 실행계획이 될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도 이 플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영문 자료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AI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AI 정책 의지와 최근 국내 주식시장 흐름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라며 “위원회는 APEC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적 행사를 계기로 글로벌 테크 기업과 투자자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한국 AI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