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권 내 설계사 확보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통상 보험가입의 경우 소비자의 자발적 유인보단 설계사 안내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상당수여서다. 설계사 수가 곧 영업력으로 직결되는 구조 속 생보사 빅3(삼성·한화·교보생명)가 제각기 다른 길을 택하며 판도 변화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왼쪽부터)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6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보험대리점(GA)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면서 생보사 간 전략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한화생명은 전속 설계사 조직을 통째로 자회사형 GA로 이관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삼성생명은 전속설계사 중심 영업과 함께 대형 독립 GA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협력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과열 경쟁을 경계하며 가치 중심 영업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판매 조직이다. 특정 보험사 전속 설계사가 자사 상품만 판매하는 것과 달리, GA 소속 설계사는 다양한 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전속 설계사가 GA로 대거 이동하면서 GA의 규모가 곧 보험사의 영업력 판도를 좌우하는 구조가 됐다.

한화생명은 생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자회사형 GA 전략을 전면화했다. 2021년 제판분리(보험 상품을 제조하는 부문과 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방식)를 단행하며 전속 설계사 약 2만명을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이관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당시 대규모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며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킨 뒤 인수합병으로 외형을 키웠다. 2023년에는 4000명 규모의 피플라이프를 인수했다. 올해 1분기에는 영남권 기반 GA IFC그룹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한화생명은 약 3만7450여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회사별로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2만7020여명 ▲피플라이프 4480여명 ▲한화라이프랩 3730명 ▲IFC그룹 2240여명으로 집계된다.

인력을 대폭 확대한 2023년부터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 오는 2026년 기업공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이 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 보험 확대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자회사형 GA를 통해 신계약마진(CSM)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공격적인 GA 인수보다는 전속 설계사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GA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형 독립 GA와의 협약을 통해 협력 모델을 넓히고 있다. 실제 삼성생명은 지난 7월 업계 3위 글로벌금융판매(설계사 1만3767명)와, 이달 1일에는 업계 2위 지에이코리아(설계사 1만6999명)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협력 관계를 공식화했다.

협약을 통해 불완전판매와 민원 리스크를 줄이고 개인정보 관리까지 강화하겠다는 취지인데, 업계에선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삼성생명이 전속채널 중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GA와의 협력을 보다 안정적인 영업 기반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삼성생명의 전체 설계사 수는 상반기 기준 3만6951명이다. 이중 전속설계사는 3만2197명으로 지난해말 대비 11.4% 증가했다. 이밖에 삼성생명이 운영하고 있는 자사형GA 삼성생명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수는 475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8% 증가했다. 특히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성과를 거두면서 GA 협력 전략은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교보생명은 GA 시장 확장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GA 중심 설계사 확보 경쟁이 불완전판매와 부당 승환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최근 대형 GA들을 점검한 결과 일부 설계사들이 이직 과정에서 수천 건의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교보생명의 전체 설계사 수는 약 1만8000명 수준이다. 한화와 삼성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안정적 영업 질서를 지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교보생명의 이같은 영업전략은 신창재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신창재 회장은 지난 9월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보험 산업은 저성장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 CSM 확보를 위한 과열 경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결국 고객에게 돌아간다”며 “교보만큼은 바른 방식의 영업과 마케팅을 실천하자”고 말했다.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고객 신뢰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보험사 간 설계사 확보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 금융당국이 발표한 보험판매수수료 개편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제도 개편에 따라 설계사가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 첫해에 수수료 대부분을 몰아서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이를 수년간 분할 지급받도록 바뀐다. 수수료 지급 한도(월납 보험료의 1200% 내)도 엄격히 적용되고, 지급 구조 역시 투명하게 공개된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현금 유입이 줄어드는 만큼 제도 시행 전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형 보험사와 자금력이 있는 GA를 중심으로 스카우트 경쟁이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한 많은 설계사를 확보하려는 스카우트 경쟁에 나설 것”이라며 “결국 유리한 조건을 내거는 곳에 설계사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GA는 경쟁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