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2곳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술 자립’ 전략을 본격화한다. 상장 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연구개발 자금 확보 등에 따라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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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은 22일(현지시각) 중국의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내년 중국 본토 증시에서 IPO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전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YMTC는 2000억~3000억위안(약 40조~61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한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중신증권(CSC Financial)과 함께 상장 준비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중국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CXMT는 최근 본토 IPO를 위한 사전 심사 절차를 마쳤고 YMTC와 마찬가지로 CICC·CSC Financial과 협력 중이다. CXMT도 2000억~3000억위안 규모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한다. 

YMTC와 CXMT는 자금 조달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시장에선 40억달러(약 6조원) 대형 IPO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이후 중국 본토 증시에서 가장 큰 규모다.

YMTC는 각각 데이터 저장용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CXMT는 D램을 생산한다. 두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강자들과 경쟁하고 있다. YMTC는 2022년 미국 상무부의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 거래제한명단)’에 포함돼 있고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대상 기업 중 하나다. 

블룸버그는 두 기업이 상장할 경우 중국 반도체 및 첨단기술 기업들의 대규모 상장을 줄줄이 잇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증시의 대표 지수들은 현재 3년 만의 최고 수준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시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상장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 GPU(그래픽처리장치) 설계 스타트업 무어스레드는 지난달 상하이증권거래소 스타마켓 상장 심사를 통과해 조만간 약 150억위안을 시장에서 조달할 전망이다.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을 준비하는 것은 반도체 ‘기술 자립’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은 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반도체 생태계 강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자국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하는 추세다. AI 칩을 설계하는 캠브리콘의 주가는 올해 들어 112.6% 급등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화훙반도체도 주가가 세 배 이상 올랐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