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자동응답 수준을 넘어 금융 서비스 전반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추세다. 키움증권은 상담 챗봇에, KB증권은 연금자산 운용 서비스에, 미래에셋증권은 AI 인재 발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날 365일 24시간 응답이 가능한 ‘AI 업무상담 챗봇’을 출시했다. 기존엔 고객이 영업시간 내 상담원을 통해 처리해야 했던 계좌·주문·인증 관련 업무를 챗봇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 챗봇은 단순 자동응답 시스템이 아니라 생성형 AI가 내부 자료를 분석하는 시스템이라서 복잡한 질의나 수식 기반 문의에도 대응한다.
내부 직원용 AI 지식검색 시스템과 AI 게시판을 구축해 직원의 고객 응대 정확성과 업무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복잡한 고객 문의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생성형 AI 답변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엔 곧바로 전문 상담원과 채팅상담을 이어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KB증권은 ‘퇴직연금 로보투자일임 서비스’를 내놨다. AI 알고리즘이 투자자의 성향과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자동 구성·운용하는 서비스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시스템이 투자 비중을 자동 조정한다.
이 서비스는 KB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마블(M-able)을 통해 가입할 수 있고 일정 금액 이상 투자 고객에게는 이벤트 혜택도 제공된다. KB증권 관계자는 “AI가 알아서 척척 운용해주는 로보투자일임 서비스를 통해 연금투자 수익률 향상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며 “바쁘거나 투자 지식이 부족해 연금자산 관리를 미뤄온 고객에게 유용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4일 네이버클라우드와 공동으로 ‘제9회 AI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금융·AI 융합 인재 발굴에 나섰다. 올해 대회에는 443개 팀이 참가해 AI 기반 금융 서비스 아이디어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결선에서는 네이버의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활용한 멀티 에이전트 금융 서비스 시연이 눈길을 끌었다. 대상을 수상한 ‘아이스크림을든무지’팀은 자연어로 유사 주가 흐름을 분석하는 AI 시스템을 선보였다.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AI는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핵심 기술로 금융 분야에서도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라며 “청년 인재들이 실제 금융현장에서 AI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전반에선 ‘AI 활용 수준이 곧 서비스 경쟁력’이라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연금 운용, 인재 발굴 등 AI가 기존 금융 업무의 핵심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I는 단순 효율화 도구를 넘어 서비스 신뢰도와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며 “향후 1~2년 내 AI 도입 속도에 따라 금융사 간 격차가 급격히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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