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6년 2월 말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탑재키로 했다. 다만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에는 고심 끝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파운드리 양산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S시리즈 구매의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울트라 모델의 흥행에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MX사업부는 갤럭시 S26 울트라 모든 제품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칩셋을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과거 울트라 모델에 엑시노스를 탑재한 사례가 있었다”면서도 “현재로선 수율과 양산능력을 감안할 때 갤럭시S26 울트라에 엑시노스를 탑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IT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도 9일(현지시각) IT 팁스터인 ‘슈뢰딩거 리크(schrodingerleak)’의 SNS 게시물을 인용해 엑시노스 2600이 갤럭시 S26 시리즈의 주도적 역할보다는 신중한 배치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문의 중심에는 엑시노스 2600을 양산하는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미터(㎚) 양산 능력과 수율이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상반기에만 갤럭시 S26을 3500만대쯤을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 2600이 이 같은 MX사업부의 목표에 맞춰 양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성능과 별개로 엑시노스 2600과 관련한 글로벌 고객의 불신과 반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울트라 모델에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이원 탑재할 경우 엑시노스가 탑재된 지역의 판매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울트라 모델은 S시리즈 가운데 최고가이며 판매 비중이 높아 MX사업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제품이다. 전작인 갤럭시 S24 시리즈에서도 울트라 모델의 국내 사전판매 비중은 52%에 달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5일(현지시각) 실적 발표에서 “갤럭시 S26에 탑재될 AP 점유율이 약 75% 수준”이라고 언급한 점도 스냅드래곤 탑재 비중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업계에서는 이를 갤럭시S26 기본형과 플러스에 엑시노스 2600을 일부 지역에 제한적으로 탑재하고 울트라 모델에 스냅드래곤을 전량 탑재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한다.
엑시노스 2600은 삼성 파운드리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2나노 공정으로 제조된다. CPU 성능은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에 못 미치지만 GPU와 AI 연산 성능에서는 오히려 우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6년 2월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 S26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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