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서버 인프라가 ‘가상화’를 거쳐 ‘클라우드’로 이동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조직 내부의 데이터센터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는 게 당연한 시대다. 오늘날 인공지능(AI)시대에 들어서면서 클라우드는 더 이상 새롭거나 주목받는 기술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클라우드가 이미 모든 서비스의 당연한 전제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클라우드가 가져온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서비스’ 개념이다. 특히 ‘비즈니스 핵심에 집중’하고 그 이외의 것을 클라우드에 맡긴다는 슬로건은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상품을 선보여 성공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말 그대로 서비스 운영의 근간에 필요한 물리적 시설과 운영 경험, 발전 속도와 유연성 등을 모두 돈으로 사는 것이다. 재무적으로도 ‘비용’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을 더했다.

클라우드 사업자의 입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근간은 ‘규모의 경제’다. 많은 고객의 대량 서비스 수요를 공유 인프라에 모으고, 관리도 공유 인력이 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활용되지 않는 잉여 자원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한다. 기존에는 기업마다 작은 규모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위한 관리자가 한 명씩 있었다면, 지금은 수십 개 기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아주 고급 기술을 가진 관리자 한 명이 각종 고급 도구를 써서 관리한다.

이러한 클라우드 모델이 기존 전통적 온프레미스 모델과 비용 경쟁을 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은 ‘사람’과 ‘공유’다.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서비스 인프라와 관리자를 외부 역량에 맡긴다는 의미다. 계산하는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외부의 전문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내부에서 직접 모든 것을 직접 수행하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반드시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차이는 인식되지 않았떤 항목들까지 이제는 비용으로 계산되는 데서 나온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비싸다’고 하기 전에 우리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온프레미스 인프라를 제대로 비교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특히 간과하는 것이 사람과 무형 기술에 대한 가치다. 유독 국내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관리와 유지보수에 대해 가치가 박했던 것이 이런 부분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서의 판단은 나중에 그 대가를 크게 치르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규제나 현실적 이유로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무작정 온프레미스를 고집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대규모 상용 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은 전설의 ‘유니콘’ 수준으로 드물다. 최근 AI를 위한 대규모 GPU(그래픽처리장치) 인프라 같은 경우는 물리적 설치부터 운영과 관리까지 모두 난관의 연속이다. 

이제 여러 가지 상황에서 무작정 클라우드가 비싸고 온프레미스가 더 싸다는 주장에 단순히 동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위기 상황에서의 서비스 이용 비용에는 원가뿐 아니라 ‘기회 비용’과 ‘책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누군가의 희생이 제대로 계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까지 잃어버린 역량이 무엇인지 돌아볼 때다.

클라우드 시대에 비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에 대한 ‘최적화’를 고민했는지도 반성할 부분이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대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수준에서의 최적화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면 비용 고민의 시작점에도 설 수 없다. 멀티 클라우드 구성에서 주어진 조건 중 가장 싼 서비스에 워크로드를 배치하는 ‘핀옵스(FinOps)’개념도 부상하고 있다. 이상적인 방향은 ‘하이브리드 멀티 클라우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그런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조직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권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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