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스퀘어 대형 스크린에 평소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아이돌 영상 대신 가상 공간에 자동차 설계도가 등장했고 실제 제조 공정을 거쳐 완성차로 구현됐다. 완성차가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스크른에 나타나면서 가상에서 시작된 설계가 현실의 완성차로 이어지는 미래형 제조 혁신의 순간을 목격했다.
이 장면은 프랑스 인공지능(AI) 버추얼 트윈 기업 다쏘시스템이 11월 한 달간 진행하는 '제조 산업을 위한 AI(AI for Manufacturing Industries)' 인지도 캠페인의 일환이다. 지난 4월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300만명을 모은 글로벌 캠페인이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엔 한국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제조를 주제로 펼쳐졌다. 해당 영상은 제조업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다쏘시스템은 인근 아셈타워 3층에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여섯 번째로 문을 연 이 공간에는 매년 600명 넘는 기업 임원들이 방문해 다쏘시시템의 솔루션을 체험한다. 벽면 디스플레이에는 자동차, 항공우주, 조선, 생명과학 등 다쏘시스템이 솔루션을 제공하는 12개 산업군이 소개됐다.
다쏘시스템은 설계·시뮬레이션·제조·생산·운영에 이르는 제품 수명 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만 약 2만여개 기업과 협력하며 제조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 중이다.
중앙의 '센스 컴퓨팅' 시연 공간에서는 사용자가 애플의 비전프로를 착용해 몰입형 3D 환경에서 버추얼 트윈을 직접 탐색할 수 있었다. 가상화 공장을 홀로그램으로 체험하는 과정에서 기계를 직접 작동시키고 부품을 교체하는 등 실습이 가능했다.
센터 내부에서는 전기 스포츠카 개발 프로세스를 시연해 볼 수도 있었다. 다쏘시스템은 하나의 통합 솔루션을 통해 자동차 설계부터 시나리오 테스트, 랜더링을 활용한 마케팅 영상 제작까지 가능하다. 일례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동차 충돌 테스트도 진행이 가능하다. 김현진 다쏘시스템 파트너는 "통상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선 충돌 테스트를 수백번 진행하는데, 이를 물리적 프로토타입으로 진행할 경우 2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다쏘시스템의 솔루션을 사용해 이 작업을 가상화로 진행하게 되면 비용 절감은 물론 폐기물 최소화로 ESG 경영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장 내부 시연에서는 수십 대의 로봇 팔이 움직이며 용접 작업을 수행했다. 스마트 팩토리 시뮬레이션에서는 로봇이 스케줄대로 잘 움직이는지, 주변 로봇과 간섭은 없는지 가상 환경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업자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업무 할 수 있도록 배치를 최적화할 수 있다.
다쏘시스템은 분자 단위부터 도시 단위까지 가상으로 설계한다. 도시 설계의 경우 만약 유해가스가 유출되면 어떻게 확산될지, 시민 대피 동선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가상 환경에서 시나리오를 테스트할 수 있다. 다쏘시스템에 따르면 AI와 버추얼 트윈의 결합으로 더 똑똑하고, 빠르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제조 혁신이 가능해졌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는 "AI와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결합이 전례 없는 가능성을 열 것"이라며 "AI, 시뮬레이션, 버추얼 트윈 경험을 통해 미래 제조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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