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그룹, LG그룹이 전장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확정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파트너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와 센서 등에서 확보한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공급망 재편 흐름에 맞춰 해외 수주를 적극 공략하는 방식이다.
1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자동차 전자장치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626억달러(382조원)에서 2030년 4681억달러(681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약 8.6% 수준으로 내연기관 부품 시장의 정체와 비교하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차량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센서·OS 등 전장 수요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하만 앞세워 글로벌 수주 확대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SoC(시스템온칩), 디스플레이, 배터리 중심 전략을 강화하면서 차량용 AP와 이미지센서, SSD, 낸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또 MLCC와 카메라모듈 경쟁력도 키우고 있다. 2016년 인수한 하만을 통해서는 인포테인먼트와 오디오와 커넥티드카 솔루션 포트폴리오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테슬라와 23조원 규모 차세대 AI칩 ‘AI6’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도 협력 논의를 진행하며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4월 중국 BYD와 대규모 MLC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접점을 넓히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BMW와 아우디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삼성SDI는 벤츠와 협력이 성사되면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3사를 모두 고객사로 두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MW와 아우디와 페라리 등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며 전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 ‘원 LG’ 전략으로 북미·유럽 프리미엄 공략 가속
LG그룹은 전장 모듈과 디스플레이와 센서와 배터리를 기반으로 글로벌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만나 그룹 차원의 ‘원 LG’ 협력 체계를 강화하며 북미와 유럽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GM·폭스바겐·닛산·도요타를 대상으로 인포테인먼트와 전동화 부품과 파워트레인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JLR과 GM 등에 DC/DC컨버터, BMS 등 차랑용 파워를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메르세데스-벤츠와 GM 등 11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OLE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월 테슬라와 2027년부터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약 6조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으며 9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약 15조원 규모 차세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 배터리·소재 중심으로 모빌리티 접점 넓혀
SK그룹은 배터리·소재 중심으로 모빌리티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SK온은 3월 닛산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2028~2033년 총 99.4GWh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SK온은 중국 지리자동차그룹과 LFP 각형 배터리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며 페라리와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전장 강화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본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해도 차량 전장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반도체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와 OS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미래차 전환기의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는 ‘움직이는 가전제품’이자 ‘움직이는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전기·전자 시스템과 이를 제어하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미래 경쟁력의 중심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한국은 반도체와 전자제어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등 모빌리티 핵심 기술을 폭넓게 갖춘 국가로 AI와 GPU와 HBM 등 첨단 분야까지 연계돼 있어 미래 모빌리티의 주요 축을 선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제조 기반이 약한 유럽 등 해외 기업은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다. 한국은 이 구조적 우위를 활용해 향후 모빌리티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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