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심화한 인플레이션 흐름에 최근 관세 여파까지 겹치면서 미국 내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16일(현지시각) 맥도날드·델타항공·호텔 체인 등의 매출 실적과 연체율 자료를 토대로 최근 소비 동향 변화를 분석한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의 소비 양극화 논란을 촉발한 것은 지난 8월 발표된 맥도날드의 2분기 실적 결과였다. 맥도날드의 2분기 매출(68억4000만달러)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늘었지만 주 고객층인 저소득층의 매장 방문은 두 자릿수 비율의 감소세를 보였다. 고소득층 방문은 저소득층 방문이 줄어든 만큼 늘었다. 중산층 고객의 방문은 미미한 증가세를 보였다.
크리스 켐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저소득층 고객 트래픽이 업계 전반적으로 거의 두 자릿수 감소했다"며 "의·식·주를 위한 생계비가 빠르게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압박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 양극화는 맥도날드 제품의 급격한 가격 인상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맥도날드 메뉴의 평균 가격은 2019년~2024년간 40% 올랐다. 메뉴별로 보면 빅맥 평균가는 이 기간 4.39달러에서 5.29달러로 올랐다. 10조각 맥너겟 세트 가격도 7.19달러에서 9.19달러로 뛰었다.
맥도날드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가치 메뉴' 강화에 나섰다. 5달러·8달러 세트 메뉴를 출시하고 2.99달러 메뉴 '스낵 랩'을 재도입했다.
고물가·고금리 탓에 쪼그라든 저소득층의 구매력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고소득층의 소득과 대비를 이루면서 소비 양극화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델타항공의 2분기 일반석 매출은 1년 전보다 5% 줄었지만 프리미엄 좌석 판매는 5% 늘었다. 업계 조사기관 코스타에 따르면 포시즌스·리츠칼튼 등 고급 호텔 브랜드의 올해 매출은 최근까지 2.9% 늘어났지만 저가 호텔 매출은 같은 기간 3.1% 감소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테크노믹의 마크 캘리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맥도날드가 저소득층 고객을 되찾지 못한다면 성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 외식 시장의 양극화가 브랜드 전략 전반을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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