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성공적인 상장 사례가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규모 AI 투자 정책과 시장의 뜨거운 관심이 맞물리며 ‘AI 상장 릴레이’가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 챗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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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코스닥에 상장한 AI 기업 노타는 AI IPO 시장에 새로운 기록을 썼다. 일반 청약에서 9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을 받으며 278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진행된 IPO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상장 첫날부터 노타의 주가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공모가 9100원에 상장한 해당 종목은 첫날 3만1000원에 마감하며 약 240% 상승했다. 이후 5거래일 동안 추가 상승을 이어가며 최고 6만5300원까지 올라, 공모가 대비 6배 이상 급등했다.

노타 이전에 상장했던 AI 기업인 뉴엔AI와 S2W 또한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결정했다. 7월 코스닥에 입성한 뉴엔AI는 일반청약에서 146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해 증거금으로 6조1140억원을 확보했다. 9월 코스닥 상장한 S2W는 1973대 1의 일반청약 경쟁률 속 5조1400억원 이상의 증거금을 모았다. 이는 후속 AI 기업들의 IPO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실제로 노타에 이어 다수의 AI 기업들이 상장 대기줄에 서고 있다. 

AI 개발 인프라 기업 아크릴은 12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공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달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수요예측, 공모청약은 12월 4일부터 양일간 진행된다. 아크릴은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조나단'과 의료특화 플랫폼 '나디아'를 통해 헬스케어·공공 등 각 산업 분야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총 180만주를 공모하며 희망 공모가는 1만7500~1만9500원, 최대 상장 시가총액은 1486억원이다.

자동차 SW 기업 페스카로도 12월 상장을 목표로 이달 20일부터 26일까지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공모주식은 130만주,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2500~1만5500원이다. 밴드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500억원에 달한다. 

산업용 AI 기업인 마키나락스 또한 17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청구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장 목표 시기는 내년 상반기다. 마키나락스는 지난해 5월에도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파두 사태 여파로 강화된 심사 기준에 막혀 철회한 바 있다. 최근 AI 기업에 대한 투자수요 증가와 함께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IPO 의사를 공식화한 기업 외에도 여러 AI 기업들의 상장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내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예정이다. 퓨리오사AI, 딥엑스 등 AI 반도체 기업과 생성형 AI 플랫폼 업체 뤼튼테크놀로지스, 생성형 AI 솔루션 기업 제논 또한 상장 절차 착수가 예상되는 기업들이다.

이처럼 AI 기업들의 상장 러시가 가능한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728조원 중 AI 분야 육성을 위해 올해 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한국거래소 또한 AI 기업 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을 IPO 담당자들에게 공개했다. 연내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하고 이를 통해 심사 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거란 예측이 나온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한 AI 기업 관계자는 "AI 기업의 연이은 상장 성공이 후속으로 상장을 준비하는 업체들에게도 긍정적인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기업이 IPO에 나설 거라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