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상장지수펀드(ETF)의 ‘숨 고르기’가 길어지고 있다. 대표 ETF 5종목 모두 한 달새 15% 이상 떨어지며 수익률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AI 버블’ 우려로 시작한 기술주 급락에다 양자컴퓨터 전문기업의 고평가 부담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에 상장한 양자컴퓨팅 ETF 5종목의 최근 1개월간(10월17일~11월19일) 등락률은 평균 –22.5%로 집계됐다.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이 –25.7%로 가장 낮았고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이 24%로 그다음이었다. ‘KIWOOM 미국양자컴퓨팅’(-23.7%),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21.8%), ‘RISE 미국양자컴퓨팅’(-17.2%)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5종목은 이 기간 ETF 등락률 하위 10개 종목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얼마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주가가 평균 37.3% 오른 양자컴퓨팅 ETF들은 9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한 달 반 동안 42.2% 오르며 중흥기를 맞는 듯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이후 주가가 꺾이면서 올해 상승분을 반납했다.

양자컴 ETF 약세는 포트폴리오 상당 부분을 구성하는 양자컴퓨터 전문기업들이 주가 부진에 빠진 결과다. 한 달간 나스닥이 1.1% 소폭 내릴 때 아이온큐(IONQ)는 22.0%, 리게티컴퓨팅(RGTI)은 44.6%, 디웨이브퀀텀(QBTS)은 40.2%, 퀀텀컴퓨팅(QUBT)은 32.7% 급락했다. 

양자컴퓨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1개월 등락률 / 윤승준 기자 
양자컴퓨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1개월 등락률 / 윤승준 기자 

양자컴퓨터 전문기업의 주가 부진은 ‘AI 버블’ 우려로 시작한 기술주 급락세와 고평가 부담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등 AI 관련 업종과 비교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 하락장에서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해석이다. 아이온큐, 리게티컴퓨팅, 디웨이브퀀텀, 퀀텀컴퓨팅 4개사 모두 아직 분기 흑자로 전환하지 못한 적자(deficit) 회사다.

매출액이 많은 것도 아니다. 시가총액에서 매출액을 나눈 값인 PSR(주가매출액배수)을 보면 3분기 실적 기준 아이온큐 228.7배, 리게티컴퓨팅 1288.6배, 디웨이브퀀텀 350배, 퀀텀컴퓨팅 5390.9배 수준으로 굉장히 높다. 엔비디아(25.6배), AMD(8.1배), 브로드컴(22.7배) 등 AI 반도체 기업이 30배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약화했다. 후베이성 과학기술청은 이달 초 중국과학원 정밀측정과학기술혁신연구원이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한위안 1호’ 연구개발을 끝내고 이를 국유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의 자회사로 납품했고 파키스탄으로의 수출 계약도 맺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양자 기술이 미국을 앞선다고 확증할 수 없으나 기대감 하나로 주가가 급등한 미국 중심의 양자컴퓨터 기업엔 악재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기술력이 전반적으로 올라가 경쟁 측면에서 기존 환경보다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와 최근 기술주 하락에 연동하면서 하락했을 것”이라며 “양자컴퓨터는 AI보다 형체가 없고 종목들 대부분 PER이 안 나오는 ‘꿈을 먹는 주식’이라서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큰 상황에서 기술주 하락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고평가된 주가를 추가로 더 끌어올릴 요인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초 이후 양자컴퓨터 전문기업의 주가가 상승한 것은 4월 미국 국방부(DOD) 산하 연구기관 달파(DARPA)에서 A~B단계까지 진행하는 ‘퀀텀 벤치마킹 이니셔티브(QBI)’ 프로젝트였는데 그다음 C단계 기업 발표까지 1년 더 남아 조정 국면을 이어갈 것이란 설명이다. 또 미국 중앙은행(Fed)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작아진 점도 악재다.

정우성 LS증권 연구원은 “한번 이벤트가 터진 주식은 보통 다음 이벤트가 다가오긴 전까지 계속 우하향 흐름”이라며 “양자컴퓨터 기술이 AI처럼 새로운 시장을 열 혁신이라고 생각하나 마일스톤인 QBI B단계가 끝나는 시점이 내년 말인데 C단계 발표 전까지 큰 이벤트가 딱히 없어 주가 측면에서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