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통신과 비통신 사업의 인적분할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기업 가치 제고에 분주한 모습이다.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도 드러낸다. 향후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 실적에서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시장에선 주가 상승 기대감을 표한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SK텔레콤
이사회서 인적분할 결의한 SKT, 11월 존속·신설 회사로 공식 출범

SK텔레콤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SK텔레콤(존속회사)과 가칭인 SKT신설투자(신설회사)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유·무선 통신 사업과 함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인프라를 중심으로 존속회사를 두고, 반도체와 미디어, 보안, 커머스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신사업은 신설회사에 두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와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16개 계열을 신설회사에 편제한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 피에스앤마케팅 등의 나머지 계열은 존속회사에 둔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분할 비율은 0.6073625 대 0.3926375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SK텔레콤과 SKT신설투자회사로의 분할은 더 큰 미래를 여는 2.0 시대의 개막이다"며 "회사의 미래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 ICT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같은 날 액면분할 발표도 더했다. 이번 액면분할로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주는 액면가 100원인 5주가 된다. SK텔레콤의 발행 주식 총수가 7206만143주에서 3억6030만715주로 늘어나는 셈이다.

SK텔레콤은 10월 12일 개최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1월 1일(분할기일)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출범한다. 10월 26일부터 시작되는 주식 매매거래정지 기간이 11월 26일에 종료되면 11월 29일 변경상장(존속회사)과 재상장(신설회사)을 진행한다. 인적분할과 액면분할 효과는 모두 해당 날짜부터 유가증권시장에 반영될 예정이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에 속하는 계열사 목록 / SK텔레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에 속하는 계열사 목록 / SK텔레콤
SKT, 기업·주주 가치 두 마리 토끼 잡는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적분할과 액면분할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면서 주주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적분할로 SK텔레콤과 계열사가 제공하는 사업 가치를 재평가받고, 액면분할을 통해서는 SK텔레콤 가치를 아는 누구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국민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실제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는 모두 액면분할을 실시해 소액주주를 대거 유입하는 효과를 얻었다. 일례로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직전인 2018년 5월 265만원대를 기록했지만, 분할 후에는 5만원대로 낮아졌다. 현재는 10일 종가 기준 8만1000원을 기록한 상태다.

SK텔레콤 측은 "최근 액면분할을 시행한 기업 사례를 보면, 액면분할로 주당 가격 하락이 거래량, 주가, 시가총액 상승을 이끄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액면분할로 주주 구성 측면에서 소액주주의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SK텔레콤은 5월 869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도 했다. 소각한 자사주는 총 2조6000억원 규모로 발행 주식 총수의 10.8% 규모다. 이 역시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SK텔레콤 설명이다.

1년간 SK텔레콤의 주가 흐름 이미지 / 네이버 금융 갈무리
1년간 SK텔레콤의 주가 흐름 이미지 / 네이버 금융 갈무리
SKT, 실적 기대감에 주가 전망도 ‘맑음'

증권 업계에선 SK텔레콤의 이같은 노력이 실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통신 사업뿐 아니라 ICT 신사업에서 실적 성장세를 보이는 점 역시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의 목표주가를 39만원으로 제시하며 보유 의견을 밝혔다. 이 연구원은 "분할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됨에 따라 각 회사들은 온전한 밸류에이션(가치)을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11번가의 아마존 제휴가 구체화됨에 따라 커머스 부문의 기업가치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확장성이 높은 티맵모빌리티의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10일 종가 기준 32만8000원을 기록했다. 2020년 3월 16만4000원의 주가를 기록한지 1년새 두 배로 뛰었다. 1년 간 주가 흐름을 보면 인적분할안이 수면 위로 떠오른 4월 전후로 본격적인 주가 상승세를 입은 상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분기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는 연결기준 영업이익 4057억원이다. 매출은 4조8000억원이다. 이동통신(MNO)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2.5% 성장하면서 마케팅비와 감가상각비가 유지돼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 미디어, 보안 부문 실적도 1분기와 유사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1분기 연결기준 38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29% 증가했다. 같은 기준 매출은 7.4% 오른 4조7805억원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