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 여부가 다음주에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업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업계는 고사를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주에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3년 중고차 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2019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이후 중고차 매매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이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심의위에서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을 경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능해 진다.

서울 소재 중고차 매매단지 / 조선DB
서울 소재 중고차 매매단지 / 조선DB
완성차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증중고차 판매가 가능한 수입차와 역차별을 해소하고 차량의 잔존가치를 높여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도 신차급의 중고차 판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동차 부품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다.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결정이 나지 않았음에도 중고차 사업 비전과 방향을 제시했다. 또 기존업계와 상생안도 공개하며 중고차 사업 진출에 의지를 드러냈다.

기아 역시 1월 전북 정읍시청에 자동차관리사업(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하며 중고차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타 완성차기업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8일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중고차매매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미지정될 경우 사업참여를 위한 내부 준비에 들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 및 시민단체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1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개최한 ‘소비자가 본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입과 소비자 후생방안’ 토론회에서 이은영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대표는 "소비자의 80.5%가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낙후돼 있다고 생각하고 대기업 진출을 통해 소비자가 보호받고 선택권을 보장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철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도 "소비자기본법상 중고차량을 선택할 때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거래상대방·구입장소·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가 있음에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중고차 소매시장 진출 저지 및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촉구 집회 /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대기업 중고차 소매시장 진출 저지 및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촉구 집회 /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전문가들 역시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기업의 해당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허위·미끼 매물 및 성능상태 점검 불일치, 과도한 알선수수료 등 소비자 피해사례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개방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완성차 업체가 인증하는 중고차 거래 비중에 대한 시장 점유율을 올려야 한다"며 "중고차의 잔존가치 평가의 전문화·체계화를 이루고 오픈 플랫폼을 통한 중고차의 품질·평가·가격 산정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성차업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시민단체·전문가들까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자사 인증 중고차만 판매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업계는 비인증 상품만 판매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고사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대기업에 의해 중고차 물량 및 가격이 정해져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허위매물 등으로 인한 신뢰 하락에 대해서는 일부 몇몇 업체의 부당한 행위를 전체 업계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기존 업계는 규제 등을 통해 자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완성차기업이 모든 자동차업계를 독점할 수도 있다"며 "일부 사기꾼들 같은 업자들의 문제가 중고차 매매업체 전체의 문제처럼 매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심의위를 잘 준비하고 심의위 결과를 보고 향후 행보를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