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부터(현지시각) 열린 CES 2024는 세계 최대의 가전 제품 전시회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한 해를 여는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PC 시장에서도 CES 행사는 한 해를 여는 신제품과 콘셉트를 대거 선보이는 자리로 꼽힌다. 

특히 이번 CES 2024에서는 단순한 ‘2024년형’ 이상의 변화를 반영한 PC 제품들이 눈에 띈다. 주요 PC업체들이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해 AI 성능을 높인 인텔의 ‘코어 울트라’, AMD의 ‘라이젠 8040’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AI PC’ 시대로의 본격적인 진입을 알렸다. 또한, GPU 영역에서는 제품의 폼팩터 측면에서 더 작고 가볍게, 혹은 더 흥미로운 시도를 선보인 제품들이 눈에 띈다.

레노버 ‘요가 북 9i’ / 레노버
레노버 ‘요가 북 9i’ / 레노버

노트북 폼팩터의 고정관념 깨는 신제품 등장

지금까지 ‘노트북 PC’의 상징적인 형태는 클램쉘이다. 화면을 상단에, 키보드 등 입력장치와 컴퓨팅을 위한 부품을 하단에 배치하고 접을 수 있는 형태다. 여전히 노트북 PC 시장에서 수요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클램쉘’ 형태지만,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크린이 있는 상판 쪽을 분리해 태블릿처럼 쓸 수 있는 ‘투인원(2-in-1)’이나 스크린이 360도 회전하는 ‘컨버터블’, 혹은 아예 대형 스크린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 등이 있다. 

이번 CES 2024에 선보인 신제품에서 눈길을 끄는 폼팩터는 ‘듀얼 스크린’이다.

이는 기존의 ‘폴더블’과 달리, 상판과 하판 모두에 휘지 않는 기존의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두 개의 스크린을 활용하는 형태다. 두 개의 스크린이 이어지지는 않지만, 휘거나 구겨지지 않은 평평한 스크린 두 개를 확보할 수 있어, 기존 노트북의 화면 구성이 답답해 듀얼 모니터를 고려하던 사용자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듀얼 스크린’ 노트북에서 눈길을 끄는 모델로는 에이수스의 ‘젠북 듀오(2024)’가 있다. 젠북 듀오는 14인치, 3K 해상도와 120Hz 주사율을 갖춘 ‘루미나 OLED’ 터치스크린을 두 개 탑재해, 일반적인 노트북처럼 쓰거나 두 개의 스크린을 다양한 배치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최대 인텔 코어 울트라 9 프로세서와 32GB 메모리, 2TB SSD를 탑재할 수 있으며, 1.35kg 무게와 14.6mm 두께로 이동성도 높다. 

CES 2024를 통해 선보인 레노버의 새로운 9세대 ‘요가 북 9i’도 2.8K 해상도의 ‘퓨어사이트 OLED’ 스크린 두 개를 갖춘 듀얼 스크린 구성이다. 이전 세대에서도 듀얼 스크린 구성을 선보인 바 있는 ‘요가 북 9i’는 이번 세대에서 새로운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해 기능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최대 코어 울트라 7 프로세서와 32GB LPDDR5X, 1TB SSD, 80와트시(Whr) 배터리를 탑재하며, 15.95mm 두께에 1.34kg 무게를 갖췄다. 4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며, 가격은 1999.99달러(한화 약 263만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레노버 ‘씽크북 플러스 5세대 하이브리드’ / 레노버
레노버 ‘씽크북 플러스 5세대 하이브리드’ / 레노버

‘투인원’ 폼팩터는 이미 제법 익숙한 형태지만, 이번 CES 2024에서는 이 ‘투인원’에서도 독특한 제품이 등장했다.

보통의 ‘투인원’은 화면이 있는 쪽이 ‘중심’이지만, 레노버의 ‘씽크북 플러스 5세대 하이브리드(ThinkBook Plus Gen 5 Hybrid)’는 아예 중심이 서로 따로 있다. 제품의 화면과 하판을 결합하면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기반의 윈도 노트북이지만, 화면을 분리하면 화면 쪽은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13 기반 태블릿이 된다. 2분기중 1999달러(한화 약 262만원)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의 ‘하이브리드 스테이션’은 최대 인텔 코어 울트라 7 프로세서와 32GB LPDDR5x 메모리, 1TB SSD와 75Whr 용량의 배터리를 갖췄고, 무게는 970g이다. ‘하이브리드 탭’은 퀄컴 스냅드래곤 8+ Gen1 시스템온칩(SoC)과 12GB LPDDR5x 메모리, 256GB 스토리지를 갖췄고, 배터리 용량은 38Whr이다. 스크린은 14인치 2.8 OLED 터치스크린이다. 한편, ‘하이브리드 스테이션’은 탭 영역이 없어도 외장 디스플레이를 연결해 각자 쓸 수 있고, 탭과 스테이션  간에 ‘하이브리드 스트림’으로 윈도 위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쓸 수도 있다.

평범한 ‘클램쉘’ 폼팩터에서도 흥미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제품이 있다.

레노버의 ‘씽크북 13x 4세대 SPE(ThinkBook 13x Gen 4 SPE)’는 최신 씽크북 4세대 제품을 기반으로 한 콘셉트로 노트북 상판에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넣어 그래픽 패턴을 출력할 수 있게 시도했다. 이 콘셉트에서는 최대 1000개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어, 누구나 다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노트북 대신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할 수 있게 했다. 

HP ‘스펙터 x360’ 투인원 노트북 / HP
HP ‘스펙터 x360’ 투인원 노트북 / HP

성능 높이면서 더 얇고 가벼워진 신제품

2024년을 위한 노트북 신제품에서는 새로운 프로세서와 플랫폼을 통한 ‘성능 강화’와 이전 세대 대비 더 얇고 가볍게 만들어 상품성을 높이는 측면이 눈에 띈다. 특히 2024년형 노트북 PC의 프로세서 측면에서는 인텔의 ‘코어 울트라’, AMD의 ‘라이젠 8040’ 시리즈 등 AI 성능을 강화한 신제품들이 등장했다. 다만 GPU 측면은 큰 변화없이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 시리즈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HP의 ‘스펙터 x360 투인원 노트북(Spectre x360 2-in-1 Laptop)’은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50 외장 GPU 조합을 제공해 AI 성능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성능과 전력 관리를 최적화하고, 사용자가 자리를 뜨면 화면이 자동으로 꺼지고, 가까이 오면 다시 켜지며, 누군가 뒤에 있으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보안 기술도 갖췄다. 최대 인텔 코어 울트라 7 155H 프로세서와 32GB LPDDR5x 메모리, 2TB SSD를 탑재했다. 무게는 14인치 모델이 1.56kg, 16인치 모델이 2.07kg이다.

델의 ‘XPS’ 신제품 또한 신제품 중에서 눈길을 끈다. 인텔의 최신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해 AI 성능을 높였고, 윈도11의 ‘코파일럿’ 버튼을 장착했다. 키보드에도 맨 윗줄에는 정전식 터치 버튼을 채용하고, 터치패드는 햅틱 방식의 이음새 없는 ‘심리스 글래스 터치패드’를 사용해 인상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HP ‘오멘 트랜센드 14’ 게이밍 노트북 / HP
HP ‘오멘 트랜센드 14’ 게이밍 노트북 / HP

게이밍 노트북에서도 얇고 가벼우면서 좋은 성능을 내는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게이밍 노트북의 성능을 ‘14인치’ 화면 기반 폼팩터에 탑재하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에이수스가 선보인 2024년형 ‘ROG 제피러스 G14’는 AMD 라이젠 8000 시리즈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 랩톱 GPU를 탑재했다. 이 제품은 90W의 최대 그래픽 소비전력(TGP)을 확보하고도 인상적인 1.59cm 두께와 1.5kg 무게를 선보였다.

HP의 ‘오멘 트랜센드 14(OMEN Transcend 14)’ 게이밍 노트북도 인상적인 제품이다. ‘오멘 트랜센드 14’는 최대 인텔 코어 울트라 9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 랩톱 GPU를 탑재하고도 1.64kg 정도의 가벼운 무게를 달성했다. 디스플레이는 IMAX 인증을 받은 2.8K 120Hz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점도 눈에 띈다. 이 제품은 8일(현지시각)부터 사전주문을 받고 있으며, 가격은 1499.99달러(한화 약 197만원)부터 시작한다.

MSI ‘클로’ 핸드헬드 게이밍 PC / MSI
MSI ‘클로’ 핸드헬드 게이밍 PC / MSI

게이밍에서도 ‘인텔’ 채택한 새로운 시도 눈길

이번 CES 2024에서도 많은 PC들이 등장했지만, 이들 제품들의 성능을 좌우하는 ‘사양’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정형화된 조합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PC에서 ‘인텔’ CPU와 ‘엔비디아’ GPU의 조합이다. 일반 PC와 게이밍 PC 모두에서 의외로 이 조합을 벗어나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CES 2024에서는 이러한 ‘정석’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는 몇 가지 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MSI가 이번 CES 2024에서 공개한 핸드헬드 게이밍 PC ‘클로(Claw)’는 에이수스의 ‘ROG 엘라이’나 레노버의 ‘리전 고’가 AMD의 ‘라이젠 Z1 익스트림’을 사용한 것과 달리, 인텔의 최신 ‘코어 울트라 7’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인텔의 GPU는 메인스트림 게이밍을 위한 기능과 성능이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신 ‘코어 울트라’의 ‘아크 그래픽’은 이전 세대보다 성능이 크게 높아져 AMD 라이젠 Z1 시리즈의 ‘라데온 700M’ 시리즈 GPU에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MSI ‘클로’는 최대 인텔 코어 울트라 7 155H 프로세서와 16GB 메모리를 탑재하며, 경쟁 제품 대비로는 온전한 NPU 탑재와 더 많은 코어 탑재 등에서 우위에 있다. 또한 7인치 크기, 풀HD 해상도의 IPS 터치스크린을 탑재했고, 배터리는 53Whr 용량으로 게이밍에서도 두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소개됐다. 무게 측면에서는 675g으로, 에이수스 ‘ROG 엘라이’나 밸브 ‘스팀덱 OLED’보다 소폭 무겁다.

레노버 로크 15IAX9I / 레노버
레노버 로크 15IAX9I / 레노버

레노버의 로크(LOQ) 제품군에서도 흥미로운 시도가 있다. CES서 선보인 레노버 로크 게이밍 노트북 제품군 중 ‘15IAX9I’는 인텔의 ‘아크 A530M’ 외장 GPU를 사용한 첫 제품이다.

인텔 ‘아크 A530M’은 아크 A-시리즈 제품군 중 엔트리 메인스트림 제품으로, 12개의 Xe 코어를 갖추고 있고 128비트 버스 폭의 GDDR6 메모리를 4~8GB 정도 구성할 수 있다. 성능 측면에서는 대략 보급형 게이밍 노트북에 사용되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50급을 기대할 수 있고, AV1 형식의 하드웨어 인코딩이나 인텔 ‘딥링크’ 기술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아크 A530M’을 탑재한 레노버 ‘로크 15IAX9I’는 인텔 코어 i5-12450HX 프로세서와 아크 A530M GPU를 조합했다. GPU 메모리는 4GB, 그래픽 소비전력 설정은 최대 95W다. 또한 쿨링 구성에서도 ‘하이퍼챔버’ 기술을 사용했는데, 이는 쿨링에서 공기가 지나가는 경로를  최적화해 효율을 높인 것이다. 이 모델은 측면 배기구 없이 하판 쪽에서 흡입, 후면 쪽으로 배기하며, 섀시 차원에서 에어 덕트를 구성해 공기 흐름을 최적화했다. 이 설계는 인텔의 협력을 통해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전 세대보다 온도를 낮추면서도 더 조용하다.

로크 15IAX9I를 포함한 새로운 로크 제품군은 21.9~23.9mm 두께에 무게는 2.38kg부터 시작하며, 15.6인치 2560x1440 165Hz IPS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제품에 따라 최대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60 랩톱 GPU 혹은 아크 A530M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배터리는 60Whr 용량으로, 전원 공급은 140W USB-PD 혹은 230W 슬림 어댑터를 사용한다. 또한 LA1 AI 칩이 탑재돼 제품의 성능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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