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보고 듣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이해하고 행동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구글이 잇따라 '물리 AI' 기술을 공개하면서 AI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에 마련된 엔비디아 전시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이 관람객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에 마련된 엔비디아 전시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이 관람객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챗GPT를 넘어서는 '물리 AI' 시대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8일(현지시각) CES 2025 기조연설에서 "AI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젠슨 황은 AI의 발전 단계를 4단계로 설명했다. 이미지와 소리를 인식하는 '인식 AI', 콘텐츠를 만드는 '생성 AI', 추론과 판단을 하는 '에이전트 AI', 마지막으로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물리 AI'다.

물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세계에서 실제로 움직이고 상호작용하는 AI 시스템을 뜻한다. 현재 AI는 이미지를 만들 수는 있지만 실제로 건설 가능한 건물 도면은 설계하지 못한다. 물리적 제약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리 AI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현실 세계의 법칙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행동하는 AI로 설명된다. AI 활동 반경이 PC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에 접목될 수 있게 된다.

앞서 엔비디아는 물리 AI를 3차원 기술로 정의한 바 있다. 문자나 단어를 이해해 다음 토큰을 예측하는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이 1차원 모델이다. 2차원 모델은 이미지와 비디오 생성 모델이며 3차원 모델은 현재 물리적 상황을 이해하고 결과물을 내는 물리 AI다.

물리 AI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로는 자율주행과 로봇이 꼽힌다. 이들이 실제 물리 세계를 이해해 동작할 수 있어서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AI 데이터로 수많은 가상 주행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자율주행 발전 가능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물리 AI 개발 경쟁 본격화

엔비디아는 이날 물리 AI 구현을 위한 통합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코스모스는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실제 환경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예를 들어 로봇이 물건을 집을 때 무게와 재질을 고려해 적절한 힘을 조절하거나 자율주행차가 도로 상황에 맞춰 최적의 주행을 할 수 있게 된다. 현대자동차그룹,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이미 도입을 결정했다.

구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딥마인드 내에 '월드 모델' 개발팀을 신설하고 오픈AI 출신의 팀 브룩스를 영입했다. 월드 모델은 현실 세계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는 기술이다. 구글의 기존 AI 모델들(제미나이, 비오, 지니)을 통합해 한 단계 진화한 물리 AI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SK 그룹 또한 2025년 IT 트렌드로 물리 AI 개발 경쟁을 꼽았다. 최윤정 SK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우는 "2025년에 물리 AI 개발 경쟁 본격화가 예상된다"며 "인간-로봇 상호작용 분야의 기술 혁신과 로봇 시스템 내 물리 AI 훈련을 위한 기술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