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 업계의 시선이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베이 컨벤션센터 1층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 쏠렸다. 검정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직접 듣기 위해 현장엔 1만4000명쯤의 관객이 몰렸고 유튜브 생중계에도 10만명 넘는 인원이 접속했다. 현시점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위상에 오른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무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

황 CEO는 2017년 이후 8년 만에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 기조 연설자로 나섰다. 위상은 8년 전과 달랐다. 2017년 1월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550억달러(80조9000억원)였지만 현재는 4조달러(5600조원)를 눈앞에 둔 세계 시총 2위 기업의 수장이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물리적 AI 개발을 위한 개방형 AI 플랫폼인 '코스모스(COSMOS)'을 공개했다. 물리적 AI는 물리 법칙과 데이터 기반 학습을 결합해 실제 세계를 인지하고 이해하고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대표 사례다.

황 CEO는 "물리적 AI 모델은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방대한 양의 실제 데이터와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개발자에게 이런 데이터를 쉽게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개발자는 이를 미세 조정해 맞춤형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AI 칩과 함께 엔비디아의 제품 위에서만 구동하는 AI 개발 플랫폼 '쿠다(CUDA)'를 통해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제 로봇과 자율주행 개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황 CEO는 코스모스를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orld Foundation Model)'라고 지칭했다. 그는 "로봇을 위한 챗GPT의 모멘트가 다가오고 있다"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마찬가지로 코스모스는 로봇 및 자율주행차량의 개발을 발전시키는 데 기본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 뉴스1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차 산업 진출 현황 소개에도 열을 올렸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도요타, 메르세데스, 볼보 등 차량에 운전자 보조 칩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자율주행차 분야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황 CEO는 "올 회계연도 자동차 부문 매출은 40억~50억달러 사이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황 CEO는 블랙웰을 탑재한 차세대 GPU ‘지포스 RTX 50’ 시리즈도 선보였다. 지포스는 데스크톱·노트북 등 PC에 들어가는 GPU다. RTX 50 시리즈에는 9200만개의 트랜지스터와 그래픽 특화 D램인 ‘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7(GDDR7)’이 탑재됐다.

최신 AI 칩의 아키텍처 '블랙웰'을 기반으로 하는 지포스 'RTX 50' 시리즈 중 최고 사양인 RTX 5090은 전작보다 최대 2배 이상의 연산 능력을 갖췄다. 그는 RTX 5070이 전작 최상위 모델인 RTX 4090보다 더 나은 성능을 겸비했음에도 가격은 약 3분의 1쯤인 549달러에 출시된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549달러짜리 중급형 게임 칩이 1600달러에 판매된 RTX 4090과 비슷한 성능이다"라고 말했다.

GDDR7 공급사는 당초 기대했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아닌 마이크론으로 확인됐다. 황 CEO의 이날 연설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라스베이거스=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