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 올해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의 표어는 ‘다이브 인(Dive In)’이다. AI가 인간을 새로운 세계로 몰입시키고 빠져들게 만든다는 의미다. 물론 AI를 떼어놓고 봐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비롯해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몰입이 가능하다. 실제 이번 CES에는 다양한 몰입형 기술이 전시됐다.
한양대 게임연구실(Play Lab)은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아 엑스포에서 VR을 이용해 이명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기를 시연하는 부스를 마련했다.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소프트웨어융합대학 휴먼컴퓨터인터랙션(HCI) 학과의 게임연구실에서 개발한 이 디지털 치료기는 청각·시각·촉각을 가상현실과 연동해 인지 치료를 진행한다. 이명을 VR 세계에서 방울 형태로 시각화하고 그 이명 방울을 손으로 터트리면 ‘삐-’ 하는 이명음이 줄어드는 식이다. 한양대 게임연구실은 올해 CES에서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받은 대학 연구소다.
LVCC 센트럴 홀 게이밍·VR존은 몰입·실감형 기술 부스가 모여있다. VR 아케이드 게임을 비롯해 VR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개발 엔진 부스도 존재한다.
VR 게임 등에 사용되는 조끼, 팔토시, 장갑 등을 개발한 비햅틱스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부스를 마련했다. 비햅틱스는 VR에서 상호작용하면 몸에 착용한 조끼나 장갑 등에 진동이나 찌릿한 느낌 등 여러 가지 촉각을 느끼게 하는 제품을 부스에서 시연했다.
중국 AR 글래스 기업 로키드(Rokid)도 센트럴 홀 VR존 한 켠에 부스를 마련하고 많은 참관객을 맞았다. 로키드 AR 글래스는 무게는 일반 안경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화질이 1080p로 다소 낮았다. 비슷한 형태로 시연이 진행된 하이센스의 AR 글래스는 2K 화질을 지원했다. 또 로키드 AR 글래스는 LVCC 와이파이 오류로 제대로 시연을 할 수 없었다. 계속 톱니바퀴가 돌며 버퍼링이 생겼다.
메타뷰처럼 VR 교육·훈련용 콘텐츠 기업이 자사 콘텐츠를 시연하는 곳도 여럿이다. 메타뷰는 선박 등에 도료를 도포하는 훈련 콘텐츠를 시연했다. 메타뷰는 선박용 페인트처럼 특수 페인트는 가격이 비싸 처음 페인트칠하는 이가 있다면 낭비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VR로 미리 훈련하게 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뷰는 또 이런 페인트에는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많아 접촉 시간이 길어질수록 건강에 해로워 VR로 훈련하면 낭비 없이 한 번에 필요한 만큼 확실히 도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맨 눈으로도 3D를 볼 수 있는 홀로그램 조형물도 전시됐다. 암막을 통해 빛을 반사시키는 방식의 홀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팬을 빠르게 회전시켜 빛을 굴절한 뒤 3D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의 홀로그램이었다. 맨눈으로 볼 땐 진짜 입체영상이 허공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마트폰으로 녹화하면 뒤에 팬 도는 것이 다 보인다는 점은 아쉬웠다.
센트럴 홀 한쪽 모서리에 커다란 부스를 마련한 소니는 몰입형 기술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현실로 가져오는 것에 주력한 부스를 꾸렸다. 게임 ‘호라이즌’의 레고 버전 ‘레고 호라이즌’ 시연존 앞에서는 호라이즌 속 캐릭터와 몬스터 분장을 한 이들이 퍼포먼스를 펼쳤다.
소니는 레고 호라이즌 존 옆에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속 한 장면에 자신을 합성할 수 있는 이벤트존과 플레이스테이션(PS)용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이벤트존을 마련했다. 소니가 부스에서 여러 콘텐츠를 현실에서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게 꾸민 덕에 많은 참관객이 몰렸다. CES 2025 이틀차인 8일 오후 라스트 오브 어스를 체험하려면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였다.
베네치아 엑스포에서도 야타브엔터 등 여러 기업이 다양한 몰입형 기술을 시연했다. 야타브엔터는 세계 최초로 가상공간에서 심리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한국 스타트업이다. 야타브엔터는 이번 CES에서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포레스트’에서 스마트폰이나 패드 카메라를 응시하면 응시하는 이의 표정을 아바타 표정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성찬 야타브엔터 대표는 “내담자의 표정과 몸짓을 상담자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청소년 메타버스 상담 플랫폼 메타포레스트 특성상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아 표정 구현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몸짓을 구현하려면 카메라가 촬영하는 각도가 넓어야 하고 표정을 정밀하게 구현하려면 카메라가 인물과 가까워야 하는데 우선 표정부터 구현하고 몸짓을 구현하는 기술과 합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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