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AI(피지컬 AI)는 인공지능(AI)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을 말한다. 로봇을 작동시키기 위한 AI가 아니라 AI를 현실로 구현해 냈다는 의미다. 말장난 같지만 이번 CES 2025에서는 로보틱스라는 로봇 기술보다 ‘피지컬 AI’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들렸다. AI가 접목되면서 로봇이 할 수 있는 영역도 다양해진 점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를 중심으로 열린 CES 2025는 수십곳의 부스에서 물리 AI를 선보였다. 영어로 말하던 휴머노이드 로봇은 한국어로 질문하자 한국어로 답변하기도 했다. 양손의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이용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로봇도 있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로봇이 특히 신기하다는 인상을 줬다. 미국 스타트업 인트봇의 휴머노이드 로봇 ‘나일로’는 AI의 통번역 기능, 음성합성 기능을 다양한 언어로 구현했다. 여기에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위해 로봇에 표정과 몸짓·손짓 등의 비언어적 표현을 추가했다.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섞어서 사용했다는 나일로는 자기소개 같은 간단한 질문은 바로 답변하고 역으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이미지그룹(EMAGE GROUP)은 피아노 치는 로봇을 시연했다. 실제로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아는 로봇인 건 아니다. 이미지그룹 관계자는 “로봇의 유연한 손가락과 정확도를 알리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AI를 물리적으로 표현한 물리 AI와 달리 그냥 로봇도 AI를 통해 발전한 모습이 관측됐다. 로보락은 로보청소기에 로봇 팔을 달아 장애물을 피해가야만 했던 로봇청소기가 물건을 집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의 작업을 하도록 했다. 베네치아 엑스포 로보락 부스에서는 음악에 맞춰 로봇청소기 위 로봇팔이 단체로 춤을 추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대동의 로봇 팔은 또 다른 기술 발전을 보여줬다. 기존 로봇 팔은 x, y, z축을 하나하나 계산해 여기서 저기까지 얼마나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값을 입력해야 했다. 반면 카메라를 달고 있는 대동의 로봇 팔은 무엇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는 값을 입력하면 카메라를 통해 로봇 팔이 사물을 인식하고 움직임을 어떻게 할지 AI로 판단해 작동한다. 꽃을 따야 한다는 알고리즘이 입력됐다면 특정 꽃을 집어서 분류한다. x·y·z축 위치 계산은 AI가 자동으로 한다.
수조 물탱크 수영장 청소 로봇
미국에서 열린 전시회라 그런지 수영장·수조 등 물이 가득 담긴 공간을 청소하는 수중로봇청소기 부스도 많았다. 이런 로봇을 시연하는 부스의 공통점은 모두 다 자사 로봇을 물에 빠트려 놨다는 것이었다. 반려동물 등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홈카메라 CCTV 로봇에도 자아가 달린 것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강아지나 고양이 형태의 로봇도 간간히 보였다. 톰봇의 강아지는 진짜 리트리버처럼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엘리펀트 로보틱스의 동물 로봇은 머리와 등에 부착된 센서가 사람의 손길을 감지해 고개를 움직이고 울음소리를 내는 식으로 반응했다.
라스베이거스=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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