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패션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가 지난해 4월부터 웹툰·웹소설 사업을 시작했다. 에이블리는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처럼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양분한 가운데 후발주자로서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와 1인당 평균 이용시간 등 주요 시장지표 면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여성의류 중심 패션 커머스 앱이 웹툰·웹소설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에이블리 웹툰·웹소설 서비스가 지난해 12월 역대 최고 거래액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 에이블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에이블리 웹툰·웹소설 서비스가 지난해 12월 역대 최고 거래액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 에이블리

28일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지난해 12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904만명쯤으로 의식주 특화 분야(버티컬) 커머스 전체 1위를 달성했다. 같은 달 기준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은 61분으로 이 역시 의식주 버티컬 커머스 1위를 달성했다.

에이블리는 이 같은 성과를 두고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웹툰·웹소설의 성과가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한다. 실제 에이블리의 지난해 12월 웹툰·웹소설 거래액은 11월 대비 2배쯤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대원씨아이 에이블리 입점 등 작품 라인업이 강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대원씨아이는 국내외 유명 만화·웹툰을 유통하는 주요 기업 중 하나다.

웹툰·웹소설 사업에 뛰어든 에이블리는 무신사 등 같은 업종의 다른 패션 커머스 앱과 경쟁이 아니라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리디 등 웹툰·웹소설 플랫폼과 경쟁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에이블리의 웹툰·웹소설 사업은 패션 커머스 구매심리를 자극한다고 봤다.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교수는 “에이블리 내 웹툰·웹소설 콘텐츠가 에이블리에서 유통하는 의류 상품과 이미지가 비슷해 콘텐츠와 상품의 이미지가 이어지는 일종의 연접(連接)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며 “에이블리에 많은 로맨스 콘텐츠가 가진 감성과 개성, 그 콘텐츠의 스타일이 여성의류와 서로 통하면 스토리 콘텐츠를 보면서 느낀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쇼핑하는 등 구매심리를 터치해 감성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에이블리 내 웹툰·웹소설이 다른 경쟁 커머스 플랫폼 대신 에이블리에서 놀면서 시간 점유율(Time Share)을 늘린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넷플릭스의 게임 퍼블리싱 사업과 비슷한 모양새다.

실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는 2019년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게임 ‘포트나이트’라고 봤다. 사람의 여가시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카테고리가 다른 업종이지만 같은 시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경쟁한다는 말이다.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은 OTT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둘 다 넷플릭스를 이용하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장석 가천대학교 교수는 “에이블리는 웹툰·웹소설 같은 콘텐츠를 이용해 플랫폼에 이용자를 잡아둬야 고객이 다른 경쟁 플랫폼으로 가지 않고 시간을 계속 에이블리에서 사용하게 만들 수 있다”며 “또 사람이 즐거움을 느끼면서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구매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장석 교수는 이어 “20년 전쯤 나이키가 경쟁사로 아디다스 같은 다른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라 닌텐도를 지목한 일화는 시장 점유율보다 기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린 유명한 사례다”라며 “닌텐도 게임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외부 활동이 줄어 신발을 자주 살 필요가 없어 구매 주기가 길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쟁이라고 한 건 같은 업종 간 시장 점유율 경쟁뿐 아니라 다른 업종과의 시간 점유율 경쟁도 사업 전략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웹툰·웹소설 이용자가 늘면서 입점한 콘텐츠 제작사(CP사)와 작가 수익이 늘어나고 더 많은 작품 활성화와 이용자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에이블리는 작품과 이용자에 더 집중해 선순환 구조가 꾸준히 강화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