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산하 독서 플랫폼 기업 밀리의서재가 웹소설·웹툰 시장 진출을 선언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웹소설·웹툰 시장은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미 사실상 양분한 가운데 시장은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어 힘겨운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밀리의서재는 올해 6월부터 웹소설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9월에는 웹툰 콘텐츠도 서비스한다. 밀리의서재로 유통되는 웹소설·웹툰은 ‘밀리 스토리’라는 이름의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된다. 밀리의서재 측은 올해 안에 웹소설과 웹툰 총 1만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정체된 시장 진입
전자책 중심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웹소설과 웹툰으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건 그럴듯 해 보인다. 다만 밀리의서재가 웹소설·웹툰 시장으로 진출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 웹소설 산업과 웹툰 산업은 외형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여도 내실은 사실상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는 네이버웹툰의 지난해 국내 실적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웹툰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2440만명이다. 결제 이용자(MPU)는 같은 기간 7.6% 줄어든 370만명이다. 네이버웹툰은 그나마 지난해 국내 1인당 결제금액(ARPPU)이 고정환율 기준 8.3달러(약 1만1308원)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그 덕에 매출이 전년 대비 0.5% 감소에 그친 5억1750만달러(약 7054억원)를 기록했다.
정부 기관이 주도한 웹소설·웹툰 산업 실태조사에서도 웹소설과 웹툰 국내 시장 전망은 어둡다. 출판문화진흥원의 2024년 웹소설 산업 현황 실태조사 결과 2024년 웹소설 시장 규모는 1조3500억원쯤이다. 2023년 1조3129억원 대비 2.8% 증가했다. 2023년에 2022년 1조390억원 대비 26.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급격이 둔화된 셈이다.
웹툰 산업 상황도 비슷하다. 웹툰산업 실태조사 기준 2023년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9.7% 증가한 2조1890억원이다. 이는 2020년과 2021년 성장세와 비교하면 반토막난 규모다. 2022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됐다. 국내 웹툰 시장은 2020년에는 전년 대비 65.3%, 2021년은 48.4% 성장했지만 2022년에는 16.8% 성장에 그쳤다.
웹툰 산업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 웹툰 사업체 대상 심층 인터뷰 결과에서도 시장 정체 및 축소를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전략은 구독 이탈 방어…체류시간 늘리기 승부
이런 시장 상황에서 밀리의서재가 웹소설·웹툰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신규 진출보다는 기존 플랫폼 이용자의 락인(잠금)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밀리의서재 2024 독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밀리의서재 주요 회원 연령대는 2030이다. 회원 성비는 여성이 59%, 남성이 41%쯤이다. 이는 웹툰·웹소설 주요 소비층과 유사하다. 2024 웹소설 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웹소설 주요 소비층은 평균 27.1일 동안 9773원을 소비하는 30대로 집계됐다. 밀리의서재와 겹친다.
웹툰 주요 소비층도 마찬가지다.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조사 결과 주 1회 이상 웹툰을 보는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는 30대(77.7%)였다. 웹툰 유료 결제 경험이 가장 높은 건 20대(55%)다.
이장석 가천대학교 교수는 “밀리의서재는 단권 중심 전자책 등 기존 콘텐츠만으로는 플랫폼 체류시간을 유지하기 어려워 밀도가 낮고 회차가 긴 웹소설·웹툰 콘텐츠로 구독의 가치를 보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나 카카오와 경쟁하기 위해 웹소설과 웹툰 콘텐츠를 제공한다기보다 구독 혜택을 늘려 기존 구독자 이탈을 방어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넷플릭스가 하나의 시즌을 한 번에 공개하기도 하지만 회차를 나눠서 공개하면서 구독 해지를 방어하는 것처럼 밀리의서재도 권 단위 콘텐츠 외에도 꾸준히 재밌는 웹소설·웹툰을 제공해 구독자 체류를 유도할 수 있다”며 “관건은 계속 밀리의서재에 접속해서 보고 싶게 만들 콘텐츠 IP 확보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