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대통령’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엉뚱한 곳에서 트럼프발 호재가 터졌다. 트럼프 기대감에 한창 오르던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들도 넋놓고 예상 밖 호재만 쳐다보고 있다. 

사진 = 오피셜 트럼프
사진 = 오피셜 트럼프

20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한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 이른바 ‘트럼프 코인’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기준 오피셜트럼프 가격은 전일 대비 50.2% 오른 8만5794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피셜트럼프의 시가총액은 17조원으로,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 중 18위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피셜 트럼프 발행 소식을 알리며 “특별한 트럼프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TRUMP’를 획득하라”고 권했다. 

‘오피셜 트럼프’는 지난 17일 트럼프 당선인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부동산 개발회사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의 계열사 CIC 디지털과 CIC 공동 소유 기업인 '파이트 파이트 파이트'(Fight Fight Fight LLC)가 발행한 밈코인이다. 밈코인이란 특별한 목적 없이 재미를 위해 발행되는 가상자산이다. 

백서에 따르면 오피셜 트럼프는 약 2억개가 발행된 상태로, 앞으로 3년간 약 8억개가 추가로 발행될 예정이다. 현재 유통량의 약 80%는 두 트럼프 그룹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오피셜 트럼프의 출시 가격은 0.18달러(261원)에 불과했으나, 트럼프 당선인 언급 이후 개당 가격이 최대 10만원선까지 오르며 무려 27만4311% 올랐다. 상장 이후로만 봐도 상승률이 816%이나 된다. 지난 19일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 상장 이후 하루 거래대금은 약 76조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역시 지난 19일 밈코인 ‘$멜라니아’를 발행했다. ‘$멜라니아’는 출시 이후 2만4000%의 오름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12조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트럼프 일가는 밈코인 외에도 지난해 가상자산 벤처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을 설립하는 등 관련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트럼프의 취임으로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미국 규제당국의 기조가 크게 바뀔 것이란 기대를 내놓은 바 있다. 덕분에 올 여름까지만 해도 7000만원선에 머물렀던 비트코인이 올 들어 1억5000만원선까지 오르는 등, 호시장을 누렸다. 하지만 정작 취임과 맞물려 트럼프 일가를 위한 가상자산 호재로 바뀌는 분위기다.  

이에 트럼프 일가가 직접 발행한 가상자산을 유통하는 것과 관련해 사익추구 및 이해상충 관련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밈코인은 가격 변동이 큰 만큼 투기적인 수요가 커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포브스는 “트럼프 밈 코인 출시가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유발해 가상자산 정치와 디지털금융이 충돌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업계 의견이 분열되고 규제당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일가의 밈코인에 자금이 쏠리며 시장 유동성이 왜곡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9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시가총액 상위 가상자산 일부는 하락했으나, 밈코인 발행 플랫폼인 솔라나(SOL)만은 40%가량 상승했다.

가상자산 투자 기업 DACM 설립자 리처드 갤빈은 “트럼프 코인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다른 가상자산 거래가 부진해졌다”며 “솔라나와 일부 가상자산만이 상승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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